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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12시간 시차 나는 나라로 간다면? 솔직한 전기뱀장어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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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 트랙 1.2.3

<12> 동심원 
– 전기뱀장어

그렇게나 오랫동안 원했던 너야
이렇게 쉽게 돌아서긴 싫어

사진: 유튜브 '빠더너스' 채널 캡처
사진: 유튜브 ‘빠더너스’ 채널 캡처

빠더너스 복학생 브이로그 마지막화에 나와 사랑을 받은 노래, 전기뱀장어의 ‘미로’다. 복학생 상훈의 여자친구였던 ‘찌니꾸’와 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들의 담담한 이별 후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그동안 있었던 추억이 지나간다. 노래, 연출, 상황이 완벽히 맞아 떨어져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을 댓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인디밴드 중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름을 유지하며 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는 많지 않다. 전기뱀장어도 10년의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멤버 교체 등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시작은 네 명이었지만 세 명이 됐다가, 두 명이 됐다가 이제는 황인경 혼자 활동하는 1인 밴드가 되었다. 

사진= (좌)'동심원' 앨범 커버 / (우)유어썸머
사진= (좌)’동심원’ 앨범 커버 / (우)유어썸머

이번 정규 3집 <동심원> 앨범은 전기뱀장어가 1인 밴드로 바뀐 이후 처음 발매된 앨범이다. 이번 앨범 <동심원>에는 총 열 곡이 담겨 있다.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정했다고 한다. 상쾌한 아침 공기 같은 노래가 있고, 한낮의 넘치는 에너지를 품은 곡이 있고, 늦은 밤 조용히 읊조리는 노래가 있다. 전기뱀장어의 음악은 트렌디한 음악과 거리가 멀지 몰라도 청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동심원은 ‘마음으로 퍼져나가는 공감’을 주제로 담은 앨범이다. 동심원의 한자를 보면 같을 동(同)자에 마음 심(心)자를 쓴다. 전기뱀장어는 동심원에 ‘같은 마음에서 퍼져나가는 원’이라고 의미를 덧붙였다. 이 노래들을 누군가 비슷한 마음결을 가지고 듣는다면 그것도 일종의 교감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전기뱀장어의 말을 떠올리며 노래를 들어보자. 

Track 1) 동심원

동심원 – 09:00 AM

깊은 숲 푸른 잎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살
맑은 호수에 퍼져나가는 파문
같은 마음에서 출발하고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는

너의 얼굴 옆으로 상영되는 저 바다
햇볕을 머금은 풍경은 내달리고
발끝에서 퍼지는 동심원이 닿는 곳
영원히 영원한 기억 속에 숨기네

뮤직비디오처럼 여름 바다가 생각나는 노래다. 바다를 앞에 두고 뮤비 주인공(황인경)이 혼자 서 있다. ‘너의 얼굴’이라며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 1명만 등장한다. 멜로디만 들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시원한 파도 소리 앞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악기 소리와는 달리, 가사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너에 대한 그리움, 너와 함께 있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아주 멀리부터 데려온 이 공기는
창을 열면 금세 흩어져 버려
언제였나 네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했던
그곳이 여기쯤인지

Summer song oh favorite song
Now it’s gone but left its mark on me
언제였나 나는 알았지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걸

마음 속에 필름처럼 남아있는 그 순간은 나에게 흔적을 남겼다. 사실 그 때도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의 선명한 기억이 언젠가 어렴풋해질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함 가운데 공허함이 자리 잡는 순간이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임을 알았다면 눈에 더 담아뒀을텐데, 혼자가 되고 다시 이곳에 와보니 그때와 같을 수 없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함께 했던 그때,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던 동심원이 혼자가 된 나에게 닿았다. 나에게 닿은 동심원을 영원히, 영원한 기억 속에 숨길 것이라 말하며 노래는 끝난다.  

너의 얼굴 옆으로 상영되는 저 바다
햇볕을 머금은 풍경은 내달리고
발끝에서 퍼지는 동심원이 닿는 곳
영원히 영원한 기억 속에 숨기네

Track 2) 비행기

비행기 – 10:45 PM

다른 시간대를 산다는 것
물속과 물 밖의 경계
두려움과 용기의 국경

‘비행기’는 기타 페달 중 페이저 이펙터를 활용해 비행기의 ‘부웅-‘소리를 흉내 내었다. 곡 전체에 깔린 부웅 소리를 듣다 보면 비행기 내부에서 노래를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얼굴을 보기 어려운 곳으로 갔을 때 느끼는 헛헛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시차가 생기는 외국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같은 시간대를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통도 쉽지 않다. 한쪽이 다른 쪽의 시간을 맞추어 전화를 해야 하고, 이마저도 ‘이때 통화하자’라며 약속을 해야만 한다. 잘못하다간 한밤중에 전화를 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 거기는 몇 시야
너무 이른 시간에 미안
구름 위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턱을 괴고 어느새 잠든 널 상상했어

나는 계속 비행기를 타고 나와 다른 세계로 간 너를 상상한다. 네가 탄 비행기도 아닌데, 구름 위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너를 생각한다. 창 밖에 지나다니는 비행기만 봐도 너를 떠올릴 정도로 좋아하나 보다. 당장 찾아갈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상 뿐이다.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
산소마스크 내려오게 되면
내가 먼저 써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나 잘할 수 있을까

여기서 주인공의 상상은 비행기에서 산소 마스크를 쓰는 상황까지 나아간다. 비행기에서 기내 압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위험 상황에서는 산소 마스크가 내려온다. 내려온 산소 마스크를 단 20초 내에 쓰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아이나 고령자 등을 먼저 챙기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상황 판단을 한 뒤 산소 마스크를 쓰려고 하면 이미 위험한 상태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려다 보호자가 의식을 잃으면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제때 대처를 받을 수 없어 모두가 위험해진다. 결국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산소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비행기’ 속 주인공은 상대방을 너무 사랑한 탓에 머리로는 나부터 구하는 게 맞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챙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먼저 써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일이지만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자신과 상대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물을 무서워하는 난 수영을 할 때 늘 생각해
숨을 참아도 견딜 수 있어
거기 그대로 물 밖 공기로 돌아갈 수 있어

여기서 직항 몇 시간쯤 날으면
도착하는 거리
한없이 멀게만 보여
딴 세상 속 네가 있는 것 같아

비행기 얘기를 하는 중 왜 ‘물’이 등장하는 걸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뒤의 가사를 보면 이해가 된다. 비행기는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상대가 있는 곳은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직항 몇 시간 쯤 날아가면 도착하는 거리다. 한 없이 멀게만 보이는 딴 세상에 네가 가 있는 것 같다. 상대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은 나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가는 모험이다. 화자는 물을 무서워한다. 그렇지만 수영을 할 때 숨을 참아도 견딜 수 있고, 물 밖 공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용기 낼 수 있는 것이다. 화자와 상대의 거리, 물 속과 물 바깥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Track 3)  고요한 슬픔과 부드러운 밤의 온기

고요한 슬픔과 부드러운 밤의 온기 – 12:15 AM

요란하게 터지던 웃음은 고요한 슬픔으로 스미고
시끄럽던 낮의 열기는 밤의 품에서 부드럽게 식어갔다
증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던 어떤 마음

‘고요한 슬픔과 부드러운 밤의 온기’는 황인경이 2018년 솔로로 발표한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와 쌍둥이 곡이다. 시끄러운 낮의 열기와 부드러운 밤의 온기. 요란하게 터지던 웃음은 고요한 슬픔으로 스며든다. 뜨겁게 불타고 깔깔대던 그 때의 우리는 어디 가고 그 자리에 남은 온기만 느끼게 된 걸까. 전기뱀장어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기에 더 빛나는 것들, 그게 사라질 때가 두려워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준 선물에 기뻐하지 않는
당신을 보고 조금
안도하는 내가 이상해
기쁨이 지나가면
그렇지 않을 때도 올 텐데 혹시
그게 두렵지는 않나요

선물을 주면 받는 사람의 반응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래 속 상대방은 내가 준 선물에 기뻐하지 않는다. 상처 받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주인공은 그런 상대를 보고 안도한다. 사랑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 받는다.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준다니, 그야말로 사랑이 터져 나오는 시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은 변한다. 

고요한 슬픔과 부드러운
밤의 온기 속에서 온통
내 맘을 빼앗기고 싶어도
갑자기 찾아온 소란한 기억을
참을 수 없죠 혹시
그게 두렵지는 않나요

밤의 불빛이 꺼지면 그대가 다시, 더욱더 빛난다. 이미 떠난 상대의 이름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는 날이 올테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나눴던 마음들이 밤의 온기로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신의 기억 속에서 나의 이름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상대 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둘 꺼져가는 불빛처럼 나를 스쳐지나간 많은 것들을 생각하다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다시 낮이 되면 사람들을 만나고, 이는 끊없이 반복된다. 

하나둘 꺼져가는 밤의 불빛은
그대를 더욱더
빛나게 하는 걸
그대 이름을 불러보지만
어째서 대답이 없는
그런 날이 올 테니까요

전기뱀장어는 라이너 노트(브런치)에서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의 가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선 황인경 솔로곡의 가사를 이해하면 밤의 온기 속에서 낮의 열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 낮의 요란함에서 한참 떨어진 밤의 영토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낮에는 웃음, 눈물, 기대와 실망이 오가며 수많은 것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해가 지고 한숨 돌리고 나니 그 낮의 열기가 그리워질 때가 온다는 것이다. 밤에는 낮의 교감을 갈망하고 낮에는 밤의 오롯함을 기다린다. 낮과 밤이 반복되고, 몰입과 성찰이 반복된다. 이 끝없는 순환은 불완전함이자 영원한 그리움이다. 끝없는 낮 또는 밤을 남몰래 꿈꾸었지만 곧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욕망, 혹은 화해하지 못하는 낮과 밤이 영영원을 달리게 하는 힘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낮에는 밤이 더 아늑했고, 밤에는 낮이 더 밝게 빛났습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죽지 않고 내일까지 살아있는 이유일까요?

글 = 김수린 썸랩 인턴 에디터
감수 =  Tim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CP-2022-0145@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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