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내 미국인 등 외국인들의 하마스 탓에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인 대피 임무를 맡은 미 해병원정부대는 레바논 인근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일련의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외국인들이 (가자지구에서) 떠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는 미국인 등 외국인이 라파 검문로를 거쳐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준비가 돼 있고 이스라엘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며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하마스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하마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그것은 협상에서 진행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자지구 안에는 미국인 600여명과 영국인 200여명을 포함해 외국인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 소식통도 하마스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자지구 내 외국인의 탈출을 막을 것이란 우려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이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 내 자국민 철수와 구호물자 공급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에서 민간인과 하마스 테러범들을 구분해 군사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물과 전기 등을 끊은 채 수천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주말부터는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이 유엔의 구호품 창구에 몰려들어 마구잡이로 구호품을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민간의 질서가 무너지는 우려스러운 신호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계 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보내온 구호 물품은 이집트 쪽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일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2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병원정부대(Marine Corps Expeditionary Units)가 레바논 인근 지중해 동부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해병원정부대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병력으로 이들은 전쟁뿐 아니라 자국민 대피 및 구호 활동까지 맡는다.
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던 제26 해병원정부대가 지난 주말 수에즈운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지중해 동부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19일 자국 시민권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대한 빨리 레바논에서 떠날 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27일에도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떠나라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레바논 여행경보를 기존 3단계 ‘여행 재고’에서 최고인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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