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러시아 마하치칼라에 있는 공항 비행장에서 군중 속에 있던 사람들이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AP]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러시아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공항에서 발생한 폭력적 시위가 “외부 간섭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어제 마하치칼라 공항 사건이 외부 정보 영향을 포함한 외부 간섭의 결과라는 것은 잘 알려졌고 명백하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 공항에서는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자 최소 150명의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활주로까지 난입, 탑승객들을 포위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아랍어 기도 문구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거나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등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 행동을 보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악의적인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끔찍한 고통의 이미지를 이용해 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으로 알려진 다게스탄 지역의 사람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공항 폭력 시위에서 우크라이나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직접적으로 지목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시위가 외부에서 조율된 ‘도발’의 결과라면서 “범죄적인 키이우 정권이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주민들에게 시위 참여를 호소한 텔레그램 채널 중 하나인 ‘다게스탄의 아침’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급진 민족주의 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멜리코프 수장은 “우리의 적들은 인종 간 불화, 종교 간 문제를 조장하는 등 금지된 기술을 이용해 다게스탄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나라를 뒤흔들기 위해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용하려고 한다”며 소문을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이스라엘 난민’을 태운 비행기가 다게스탄에 도착할 것이라는 가짜 정보 때문에 이 기습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시위를 벌이라는 요청이 전파됐으며, 남성·여성과 어린이, 마하치칼라뿐 아니라 주변 마을과 도시 주민들도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다게스탄 공항 시위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받았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오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 고위 관료들과 대면 회의를 열고 “러시아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중동 상황을 이용하려는 서방의 시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에서 수 세기 동안 좋은 우정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온 무슬림과 유대교도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려는 시도로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폭력 시위 대상이 된 이스라엘 텔아비브발 여객기 탑승객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었으며, 이 가운데는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고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포함돼 있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사이드 라마자노프 마하치칼라 공항 책임자는 해당 비행기에 약 50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었으며, 성인 남성은 5∼10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일시 폐쇄됐던 마하치칼라 공항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마하치칼라와 모스크바간 항공편도 운항을 재개했지만, 텔아비브발 항공편은 일시적으로 러시아 내 다른 도시로 우회 운항할 예정이라고 공항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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