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북한 팬데믹 국제심포지엄’서 전문가들 북한 상황 진단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유행하고 있을 것이므로 국제 공조로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김종훈 국제백신연구소 연구원은 31일 오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개최한 북한 팬데믹 국제 심포지엄에서 ‘제한된 데이터를 활용한 북한 팬데믹 모델링’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2022년 4∼7월 인구의 약 25%인 650만여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것”이라며 중증 사례는 약 5만3천건, 사망 사례는 1만 5천건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사망 환자를 74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의 모델링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평양(2022년 5월∼7월)이 22.0%로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황해북도(18.4%), 양강도(18.1%) 순이었다.
그는 “북한이 이미 발병 종식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유행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결핵이나 영양실조 같은 북한의 동반 질환 사례를 고려하면 코로나19가 공중보건에 미친 영향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뒤이어 발표를 맡은 조성은 보사연 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8월 10일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밝혔다”며 “여기에는 외부 지원 없이 방역에 성공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는 등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교·군사적인 문제와는 달리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인 목적의 지원을 허용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의 보건의료 분야 합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실천 로드맵을 만들어 북한 보건의료 체계 개선을 도와야 한다”며 “북한이 남한을 최소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주요 파트너로 인식하게 하려면 병원 현대화 등 북한이 원하는 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교류 협력의 재개는 과거처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수 보사연 원장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제기구의 백신 지원을 거부한 북한의 특수성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지 살펴봐야 한다”며 “북한 주민의 건강권을 위한 논의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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