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상전을 뜻하는 ‘2단계’로 접어들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 셈법도 덩달아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과 한·미 금리 차 해소를 위한 통화긴축 강화(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다. 다만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소비·투자 위축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불안정 등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를 쉽게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2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물 가격은 배럴당 88.63달러로 전장 대비 0.63%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이 84.81달러로 0.85% 떨어졌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2~3% 급등했다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재반등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져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 불균형 확대 위험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분쟁을 기점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전화가 이란 등 주변 산유국으로 번지면서 원유 수송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 등이 폐쇄되면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 상방 요인이다. 한은은 30일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물가 둔화 속도가 중동 분쟁 영향으로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며 “최근과 같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재개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목표 물가(2%) 달성 시점 역시 내년 말에서 2025년 상반기로 늦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물가 잡기용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에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고금리는 저성장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등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각각 0.3%, 0.6%, 0.6%로 집계돼 목표치인 1.4% 달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PF 등 금융 안정 문제가 발생해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며 “금리를 추가로 올렸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부동산 PF”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놓기도 어렵다. 역대급 가계부채 문제가 국내 경제에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정부가) 완화한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도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이래저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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