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위크에 금융시장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이스라엘이 점진적 지상전을 개시하며 전쟁의 새 국면을 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 등 굵직한 이벤트가 이번 주 줄줄이 예정돼 있다.
30일(이하 한국시간)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은행과 연준은 각각 31일 오전 11시 30분과 내달 2일 새벽 3시에 금리를 발표한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연준의 결정은 국제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5.25~5.5%로 세계 금융시장의 돈줄을 바짝 움켜쥐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6.2%에 육박한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4.7%)를 웃도는 4.9%(연율)를 기록한 가운데 물가 상승 속도도 가팔라진 점은 연준 내 매파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전달 대비 0.3% 오르며 4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오는 3일 밤 발표되는 미 노동부의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와 실업률을 통해 고용시장 강세가 입증된다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크게 오를 수 있다.
외환시장은 일본은행을 주시한다. 지난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7엔까지 하락하며 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일본은행이 현 통화정책을 고수한다면 엔화 가치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수익률곡선제어(YCC) 수정을 통해 장기 금리 상한선을 사실상 1%로 끌어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YCC의 수정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며 “3개월 만에 YCC를 재수정한다면 장기 금리 상승과 엔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YCC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엔화를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로 태도를 돌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변수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초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 선을 돌파했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매파적 동결 메시지’를 던진다면 다시 국채 금리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연준의 금리 결정에 앞서 미 재무부는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다. 1일 오전 8시 30분(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같은 날 밤 9시께) 향후 3개월간 장기물 국채 발행 계획을 담은 ‘분기 국채 차환 계획’을 공개한다. 이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서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제시하는 게 골자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의 초점은 연준의 금리 결정을 몇 시간 앞두고 공개되는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960억 달러로 예정됐던 장기채 발행 규모를 103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발행 규모를 늘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3년물 국채 480억 달러, 10년물 410억 달러, 30년물 250억 달러 등 재무부가 향후 3개월간 총 114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장기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적자는 2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동 긴장 확산과 연준의 금리인상 막바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물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한 배경이다.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해 기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외에 중동 긴장 확산, 애플 실적 발표 등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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