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국감 마무리
통계 조작 두고 여야 접전
세수 결손·R&D 삭감 격돌
현안 재탕에 견해 갈리기만
제21대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가운데 민생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보다는 여당과 야당간 정쟁만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예상대로 이번 국감에서는 세수 결손 및 추계 오차,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통계조작 문제, 우리나라 성장률 등에 대해 거론됐다. 다만 현재 경제상황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견해만 보이면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실책만 비교했다.
또 기존 현안을 재탕하는 데 그치다 보니 ‘맹탕국감’이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文정부 통계조작 “국기 문란” vs “정치 감사”
가장 먼저 통계청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감사원은 통계청 감사 중간감사 결과에서 지난 2017년 7월 말 2분기 가계동향조사 공표 당시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표본 수치를 바꿨다는 정황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통계조작은 국기 문란 행위”라며 전 정부를 비난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당시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보니 소득분배통계 기준을 일부러 늦게 적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은 문 정부가 통계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감사원 감사는 정치 감사라고 맞섰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의) 중간발표를 보니 짜맞추기 감사, 조작 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전 정부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렸다”고 반박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강준현 민주당 의원 역시 “감사원이 예전 독재정권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정치 감사라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세수 결손·추계 오차 두고 공방
여야는 올해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두고도 책임 공방 벌였다. 여당은 전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현 정부의 무리한 부자 감세로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정부에서 복지 제도, 실업 급여를 늘리는 등 국가 재정에 주름을 지게 할 제도 개편으로 국가 채무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세수추계 오차를 두고 “우리나라만 세수 추계를 못 한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경기 변동성으로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등도 세수 오차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가 지난해 법인세 인하를 논의할 때 세수 결손 가능성 지적에는 세수가 줄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세수 감소가 결국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비정상적인 돌려막기를 멈추고 부자 감세를 취소하라”고 했으며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앞으로 얼마나 더 문재인 정부를 탓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가 R&D 예산 삭감 도마 위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규모로 삭감한 국가 R&D 예산을 두고도 여야는 공방을 이어갔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31조1000억원 대비 5조2000억원(16.6%↓) 줄어든 수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R&D 예산이 급증한 과정에서 비효율·낭비성 요인을 제대로 못 추스른 부분이 있다”며 “R&D는 현 정부도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이지만 그동안 R&D 예산이 빠르게 또 대규모로 늘면서 나눠주기식, 뿌리기식 예산이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추 부총리 의견을 거들었다. 송 의원은 “지난 정부 R&D 예산을 보니 부정사용으로 적발된 제재처분 환수금이 약 126억원”이라며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다만 야당은 다른 의견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언급하자마자 예산을 삭감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예산이 줄어버린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국이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 국가 R&D를 16.6% 줄인 것”이라며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대규모 R&D 예산을 삭감한 것을 어떤 국민이 동의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국감서 소모적 논쟁만…제도 개선 필요
이러한 양상은 타 부처 국감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국감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오염수와 4대강 내용으로만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새로 나온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적 이견에 따른 소모적 논쟁만 벌였다.
특히 최근 국감을 보면 과거처럼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매번 맹탕 국감이라는 평이 남는 이유다. 이를 두고 국감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재 국감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되고 있다.
이미 국감은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라는 목적을 벗어나 여당과 야당 대결장이 변질한 지 오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년 막말과 고성, 삿대질 등이 오가고 있으며, 파행도 곳곳에서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단적 공방 이후 예산 국회로 이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국회 상임위 별로 1년 내내 감사를 진행하는 ‘상시 국감’이나 상반기와 하반기로 국감을 분산하는 ‘분리 국감’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많은 국민이 이제는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등으로 국감 내용을 미리 접할 수 있고 국회의원 역시 굳이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홍보할 방안이 많다. 제도 개선을 통해 보다 국감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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