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말 잔액 765조…전 분기比 3.2%↑
대기업 7.2% vs 중기 2.3%…선별적 여신
가계대출 소폭 회복…주담대 위주 증가
국내 5대 은행이 대기업 대출 영업에 집중하며 성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금리 속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우량 자산 중심의 선별적 여신 정책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가계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소폭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증가 폭은 크지 않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5조897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23조8365억원) 늘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5조8874억원으로 7.2%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606조4867억원으로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36조8000억원으로 8.9% 늘어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우리은행이 44조592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9조3078억원으로 각각 8.5%, 8.2%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7조1000억원으로 4.5% 증가했는데 지난 2분기(16.8%)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다. 공격적 영업 기조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18조876억원으로 2.9% 늘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 영업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10차례 인상해 올 1월까지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경영 여건이 악화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에서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부실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 위주의 대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가계대출 부문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682조4210억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0.6%(4조99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치솟은 금리로 가계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다만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반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서 수요가 일부 회복됐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18억원으로 2.9% 늘었고 농협은행도 97조2193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08조6570억원, 96조8570억원으로 1.3%, 1.2%씩 소폭 늘었다. 신한은행만 59조182억원으로 1.1% 줄어들며 역성장을 지속했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중심 운용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우량 자산 중심의 여신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어 가계의 대출 실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도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의 해가 될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고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우량 자산 위주의 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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