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와 전청조의 진실 공방은 이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한때는 사랑했던 연인에서 서로에게 뾰족한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 전청조의 밈 ‘I am OO’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남현희, 전청조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
남현희와 전청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경위는 이러하다. 지난 23일, 한 매체를 통해 재혼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던 남현희. 인터뷰 내용과 예비신랑 전청조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청조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쏟아져나왔다. P호텔의 혼외자 행세를 하며 사기를 쳤던 전청조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건은 더욱 확대됐다. 게다가 동성인 전청조와의 관계에서 임신테스트기 2줄이 나왔으며, 임신으로 믿었다는 남현희의 말에 대중들은 당혹감과 의아함을 드러냈다
이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3일 만에 이별을 고했고, 앞다투어 은밀한 사생활을 공개하며 진실공방을 펼쳤다. 이에 대중들은 몰라도 될 사실들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는 사태를 마주했다. 지난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청조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각종 논란에 대해서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은밀한 내용까지 대중들에게 전달됐다. “26년 동안 운동선수 활동을 했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하는 것에 노력했다. 펜싱 하나만 바라보고 지나온 시간이었다. 이번 일로 인해서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주인공이 되어서 정말 가슴이 많이 아프다”라고 언급하면서 ” 전청조가 6개월밖에 못 사는 시한부라고 했다. 중요 부위를 빼고 나머지는 봤다”라며 과감하게 털어놨던 것. 남현희의 폭로에 대중들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냐’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청조 역시 지난 30일 ‘채널A’에서 인터뷰를 하며 “현재 법적으로 여자고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는 중이에요. 호르몬 주사를 맞았고요”라며 자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7월쯤에 남현희가 가슴 절제 수술을 권유했다며 “저한테 줄곧 ‘너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라고 들키겠어’라는 말했고, 진심으로 (남 씨를) 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간 거였거든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전청조 밈 사용하는 지상파, 광고, SNS에 대한 우려
두 사람이 은밀한 사생활까지 폭로하면서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로 전청조와의 카톡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며, 해당 내용이 밈(meme)처럼 번져간 것이다. ‘재벌 3세’, ‘교포’라고 속인 전청조가 한국어에 영어 단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문장을 구사했는데,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갈게요’,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신뢰에요~’ 등의 문장이다. 전청조의 진짜 정체를 알고 보면 블랙 코미디인 상황이다.
해당 밈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증권사,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와 심지어는 지상파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해당 밈이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패러디처럼 이용하고 있지만, 그의 사기 행각으로 엄연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가. 또한, 사기 행각을 한 전청조의 문장들을 변형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본래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무엇보다 유명인이 해당 밈을 사용할 경우의 파장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30일, 코미디언 엄지윤은 자신의 SNS에 ‘OK.. Next Time… I am 엄청조’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의 엄지윤은 전청조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입고 있었고, 이는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선글라스에 정장을 입은 엄지윤이 검은 옷을 입은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는 재벌 3세 행세했던 전청조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중들은 ‘사기 피해자가 이걸 보고 웃을 수 있겠나’라며 일침을 가했고, 엄지윤은 해당 게시물을 빠르게 삭제했다. 비단 엄지윤뿐만이 아니라 증권사들도 해당 밈을 사용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I am 신뢰에요’라는 제목의 현대모비스 실적 분석 리포트를 발간했으며, 유진투자증권은 ‘2개 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 DB금융투자는 ‘I am 모범생이에요~’라고 작성했다.
지상파 예능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지난 29일 방송된 ‘런닝맨’에서 멤버들은 가수와 비가수팀으로 나누는 상황에 해당 밈이 자막으로 사용된 것. ‘런닝맨’ 멤버들은 서로 가수라고 주장을 했다. 지석진은 “나는 가수 팀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유재석은 “여기로 와야 한다. 형이 가수는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이에 지석진은 “나 가수야”라고 답했고, ‘I am 가수예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유튜브에서도 ‘I am oo’ 밈을 사용한 제목을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태계일주 베이스캠프’ 유튜브 채널도 ‘Madagascar 가요 그래서 I am 수중교육 받아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
위근우 평론가는 해당 사항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가볍게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방송이나 온라인, 언론, 유튜브에도 유행처럼 번지며 “이게 그냥 허접한 사기꾼에 대한 비웃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허접한 사기에도 속은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이 될 수 있으니까. 적어도 기업 마케팅에서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진흙탕처럼 번진 진실 공방도 중요하지만, 해당 사안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기꾼인 전청조가 사용한 카톡 말투를 밈(meme)으로 사용하는 것에 2차 피해가 가해지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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