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겪은 이태원 참사로 올해는 축제를 즐기기보단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 조용히 핼러윈을 보내는가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니는 한 영어학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열었다가 사고가 났다. 초등학생이 다쳐 뼈가 보일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학원 측은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행사를 열었는데 의욕이 과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성남시의 한 유명 영어학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고 연합뉴스가 31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7일 오후 8시 30분 쯤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 사는 5학년 A양은 학원에서 주최한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가 책상에 이마를 부딪치는 사고를 겪었다.
파티 당일 모습이 담긴 학원 폐쇄회로(CC)TV를 보면 불이 꺼진 좁은 실내에서 괴물 분장을 한 학원 측 관계자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 아이들은 상황에 몰입한 듯 서로를 붙잡고 의지하고 있다.
이후 섬뜩한 음향이 흘러나오며 괴물이 흉기로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 연출됐고, 뒤이어 괴물이 아이들을 덮치려는 듯 다가오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 아이들 틈에 있던 A양은 이 과정에서 넘어져 책상 쇠 부분에 이마를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이마 부위 5㎝가량이 찢어지면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부상을 당했고, 급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근육과 신경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이마 주름이 제대로 안 잡히는 등 영구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온 것이다.
A양 부모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채 위험한 파티를 진행한 학원 측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양 아버지는 연합뉴스에 “서양 풍습을 흉내 내다 사고를 당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어두운 공간에서 무서운 상황을 연출하면 아이들이 넘어지며 책상의 모서리에 부딪혀 다칠 수 있는데 안전을 너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다른 학원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위험한 행사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학원 측은 책임을 인정, A양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원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행사를 열었는데 의욕이 과하다 보니 미처 챙겨야 할 것을 못 챙겼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러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아이의 상태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되도록 끝까지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 “학원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올리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올해 전국 곳곳에선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태원 내 일부 상점은 추모의 의미로 아예 영업을 하지 않거나 짧게 문을 열고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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