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아이돌 그룹 멤버가 하루아침에 나와 같은 숙소에서 지낸다면 어떨까. 웹툰에서 존재하던 상상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감독 이정효)가 화면에 펼쳤다. 배우 양세종(30)은 돌연 연예계 생활을 접고 셰어하우스에 숨어 지내는 두나(수지 분)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여는 대학생 원준으로 분했다. 그야말로 판타지 캐릭터다. 원준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바라보며 품는다. 순수함이 매력적인 양세종과 사뭇 비슷한 캐릭터라는 반응이 나온다. 2021년 전역한 그는 드라마 ‘나의 나라'(2019) 이후 4년 만에 촬영장에 복귀했다. 여전히 투명하고 눈부시게 빛나지만, 그 눈빛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양세종은 “20대 초반의 순수한 청년 역할은 원준이가 마지막”이라며 웃었다. 그는 “대본을 받고 ‘순수한 청년을 연기하는 건 마지막이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두나’ 대본을 받고 심장이 떨렸다고 떠올렸다. 양세종은 “이원준으로 온전히 작품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작품 끝날 때까지 대본을 놓지 않고 원준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준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사랑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고 싶었다.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고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20대 시절이 떠올랐어요. 원준이와 다소 다른 맥락이긴 한데, 어떤 현실의 벽과 마주한 적이 있었거든요. 연기가 마냥 좋아서 학교 연기실습 장면 발표 하나에 밤을 지새우다 어느 순간 내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죠. 패배를 인정하긴 싫은데 그래야 했고,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쉴 새 없이 터졌어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죠. 웃다가 울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저도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작품을 연출한 이정효 감독은 “양세종은 원준이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양세종은 “성격적인 부분, 생각이 많은 면이 비슷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주변에서 ‘세종이는 순수하다’고들 한다. 순수한데 생각은 왜 그리 많냐고 물어오기도 하고. 원준이가 물론 더 순수하다”며 웃었다. 이어 “어린 나이에 책임감을 느끼며 사는 모습이랄까. 주어진 상황에서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도 비슷하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가수와 대학생. 이들은 분명 서로 다른 우주의 사람이었지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마음을 나눈다. 두나와 원준의 관계를 양세종은 “스며들었다”고 바라봤다.
“어떤 장면으로 인해 그 사람한테 빠진 게 아니에요. 두나가 계속 눈앞에 나타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지속되면서 어느 순간 감정으로 스며든 거 같아요. 이 여자한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다고. 그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민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로에게 스며들어 간 거죠.”
톱스타와의 연애. 실제 양세종이라면 어떨까. 그는 “NO”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팔을 엑스(X)자로 교차시켰다. 그러면서 “부담스러울 거 같다. 게다가 원준이 같은 비연예인이라면.(웃음) 내 사생활까지 유출되지 않을까. 원준의 말처럼 다른 우주의 사람이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도 클 거 같다. 어떤 것도 현실적으로 견디지 못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저는 업계 패턴을 알잖아요. 서로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얼마나 외롭고 우울한지 알아요. 그래서 저와 반대 성격에 쾌활하고 낙천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정서적으로 잘 통하는 비연예인이 좋아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낙천적인 성격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성격이 변해가는 걸 느껴요. 상상을 안 하면 안 되는 직업이니까요. 고립되는 부분도 있고. 언제 어떤 배역을 맡게 될지 모르고요. 배역을 소화하지 못하면 어쩌나 두려움도 느껴요.”
양세종의 20대는 분주했다. 2016년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해 7개월 만에 OCN 드라마 ‘듀얼'(2017)로 첫 주연을 맡았다. 1인2역 연기로 호평을 받으면서 거침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사랑의 온도'(2017)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나의 나라'(2019)에 출연하며 부지런히 활동했다. 30대에는 ‘이두나’로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요즘은 원준이를 떠나보내고 세종이로 살아가고 있어요. 요즘 일정이 없고 생각이 많아지면 복싱을 하거나 한강에 가요. 한강을 계속 걷고 또 걷고.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데, 해질녘 함께 있는 커플들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강물에 반사되는 따스한 햇볕 뒤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커플들의 모습이 부러웠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하기도 하고. 대리만족한달까요. 앞으로 주어진 배역을 후회 없이 잘하고 싶어요. 인생 목표는 단순해요. 최선을 다하자. 주어진 연기, 역할을 잘하도록 잘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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