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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인공지능(AI) 규제안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래 핵심산업이지만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 ‘무주공산’격인 AI 분야에서 규제의 틀을 선점할 경우 이 규제가 전세계 표준이 돼 결국 향후 AI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유럽이 AI 규제 국제 표준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주도권을 겨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부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국가 안보, 경제, 공중 보건 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AI 모델을 시험할 때 연방 정부에 통지를 하게 했다. 또 미국 정부는 AI로 만든 콘텐츠를 식별하기 위한 워터마킹 등 콘텐츠 인증 방침을 개발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대통령령으로 유럽보다 먼저 국내 규제를 도입했다”고 짚었다. 의회를 거쳐 규제를 도입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일단 빠르게 대통령 권한으로 규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11월 1∼2일 영국에서 열리는 AI 정상회담 이틀 전에 서명된 것이기도 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우리가 국내에서 취하고 있는 조치가 국제적 조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리스크를 1~4단계로 나눠 기업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잠재의식을 조작하거나 아동을 착취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AI는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간주하고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4000만유로(약 572억 원) 또는 전세계 매출액의 7% 중 높은 금액을 제재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는 주요 기관에서 연내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은 빅테크 기업 대표들이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AI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관이 같이 움직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EU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 다른 나라로 파급효과가 번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7개국(G7)은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관련 국제 지침 및 행동 규범에 30일 합의했다. G7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연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미사 AI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침은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AI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게 인증 같은 매커니즘을 도입하고 국제적인 기술 규격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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