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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반대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이스라엘의 단계적 지상전 착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시티를 겹겹이 에워싸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0일(현지 시간) 텔아비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미국이 진주만 폭격이나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10월 7일의 끔찍한 공격 이후 하마스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휴전 요구에 대해 “테러에, 야만에 항복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인질 문제와 관련해서도 “IDF의 가자지구 지상 작전과 하마스에 대한 압박만이 이스라엘 인질 석방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함께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보다 전향적으로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내각이 인질 석방을 위한 카타르의 중재가 실패했다고 보고 지상전 확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IDF가 이날 가자지구 지상 작전 과정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던 오리 메기디시 이병을 구출한 것도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는 “군이 가자지구 진입을 신중하고 매우 강력하게 단계별로 확대하면서 체계적으로 한 걸음씩 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휴전이 지금 올바른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현 단계에서 휴전은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 허용량을 늘리기로 약속했다며 하루 트럭 100대 분량을 가자지구로 보내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마스에 대한 확대된 지상 작전이 4일째를 맞은 이날 IDF는 적어도 3개 방면에서 가자시티로 진격하면서 공습을 감행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사진·동영상·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IDF의 장갑차 행렬이 북서·북동·동쪽에서 가자지구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IDF가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천천히 전개하며 도심으로 직접 진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하마스의 힘을 빼면서 장기전을 통해 인질 석방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자치공화국 공항에서 일어난 반(反)이스라엘 시위와 관련해 배후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항에서는 이스라엘발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를 서방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미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서방은 이번 일과 무관하며 (시위는) 증오와 편견·위협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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