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대통령을 맞이했다.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 땐 여야 의원들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하고, 악수를 나누는 게 그동안 관례였지만 상식 밖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서서 일어서 기다리고 있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반갑게 인사했다. 맨 뒷자리에 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어서서 윤 대통령을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하지만 이 대표 앞 자리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일어서지 않고 앉아서 손만 내밀었고,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천 의원 근처에서 두 차례가량 그를 바라봤지만 천 의원이 끝까지 외면했고, 윤 대통령은 다음 자리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으로 향하는 복도 양 옆에 앉은 민주당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청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그대로 앉아있거나 악수를 거절했다. 문정복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등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여 다소 충격을 줬다.
시정연설 중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잡담을 했다. 여야 간 신사협정을 맺은 만큼 고성과 야유는 없었지만 박수와 격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찬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엔총회, 나토, G20, 아세안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다자 및 양자 회담을 하였고, 미국, 일본, 베트남, 폴란드,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을 방문하여 양자 정상회담을 하였습니다”라며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93개국과 142회의 정상회담을 하였습니다”고 말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통 취임 1년반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했다는데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이라고 남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윤 대통령이 약 29분간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김용민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시정연설 후 페이스북에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제 그만 두셔야죠’라고 화답했다”라고 남겼다. 김 의원은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김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김 의원의 면박에 별다른 반응 없이 이동했다. 김 의원은 연설 중에도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다른 곳을 바라봤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두 서있었다. 문 대통령이 퇴장하며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청할 때도 이를 거절하거나 면박을 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없었다.
|
민주당 의원들이 이토록 굳은 표정과 딱딱한 태도로 윤 대통령을 맞이한 데는 강성 지지층의 반응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날 시정연설 후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 번 ‘체포동의안 가결 웃음’ 논란이 벌어진 이후 조심하는 분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도 다 사회생활 할 만큼 한 사람들이다. 그 정도 예의는 다 알고있다. 근데 보여지는 눈들이 무서우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는 오해를 받아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 지지층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카톡방에 고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는 게시물이 유포되자 스스로 페이스북에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입장 모습.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하기 까지 했다.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