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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악수 거절하고 ‘그만둬라’ 면박 준 민주당…”고민정처럼 오해받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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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연설-48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퇴장하며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대통령을 맞이했다.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 땐 여야 의원들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하고, 악수를 나누는 게 그동안 관례였지만 상식 밖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서서 일어서 기다리고 있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반갑게 인사했다. 맨 뒷자리에 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어서서 윤 대통령을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하지만 이 대표 앞 자리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일어서지 않고 앉아서 손만 내밀었고,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천 의원 근처에서 두 차례가량 그를 바라봤지만 천 의원이 끝까지 외면했고, 윤 대통령은 다음 자리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으로 향하는 복도 양 옆에 앉은 민주당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청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그대로 앉아있거나 악수를 거절했다. 문정복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등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여 다소 충격을 줬다.

시정연설 중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잡담을 했다. 여야 간 신사협정을 맺은 만큼 고성과 야유는 없었지만 박수와 격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찬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엔총회, 나토, G20, 아세안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다자 및 양자 회담을 하였고, 미국, 일본, 베트남, 폴란드,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을 방문하여 양자 정상회담을 하였습니다”라며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93개국과 142회의 정상회담을 하였습니다”고 말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통 취임 1년반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했다는데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이라고 남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석열 연설-20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긴축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한 657조 규모의 내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윤 대통령이 약 29분간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김용민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시정연설 후 페이스북에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제 그만 두셔야죠’라고 화답했다”라고 남겼다. 김 의원은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김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김 의원의 면박에 별다른 반응 없이 이동했다. 김 의원은 연설 중에도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다른 곳을 바라봤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두 서있었다. 문 대통령이 퇴장하며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청할 때도 이를 거절하거나 면박을 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없었다.

박찬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SNS에 “윤통 취임 1년반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했다는데 정상입니까 비정상입니까” 글을 작성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토록 굳은 표정과 딱딱한 태도로 윤 대통령을 맞이한 데는 강성 지지층의 반응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날 시정연설 후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 번 ‘체포동의안 가결 웃음’ 논란이 벌어진 이후 조심하는 분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도 다 사회생활 할 만큼 한 사람들이다. 그 정도 예의는 다 알고있다. 근데 보여지는 눈들이 무서우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는 오해를 받아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 지지층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카톡방에 고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함박웃음을 지었다는 게시물이 유포되자 스스로 페이스북에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입장 모습.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하기 까지 했다.

윤석열 연설-50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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