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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가 전하는 워터리스크, 위기 아닌 ‘한국 경제 두 배 규모’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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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워터리스크’가 위기이면서 동시에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는 이미 경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환경 정보공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이렇게 워터리스크가 이미 현실화해 있다고 평가한다. “이 위기는 기업에 중대한 재무적 위기이면서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CDP가 워터리스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다. 2000년에 설립된 CDP는 기업 및 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해 매년 기후변화, 물 안보, 삼림 벌채에 관한 위험과 기회를 측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물 부족, 홍수 등 물 이슈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주로 물과 관련된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태풍, 홍수,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세계적으로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나면서 물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의 물 관련 보고서로 워터리스크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한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 물 더 이상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워터리스크가 좌초자산을 만든다 “물은 흔히 풍부한 재생가능 자원으로 간주되지만 세계의 깨끗하고 신선한 물(담수) 공급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CDP는 글로벌 싱크탱크 플래닛트래커와 2022년 3월 함께 내놓은 ‘높고 건조한: 물 문제가 자산을 좌초시키는 방법(High and Dry: How Water Issues Are Stranding Assets)’ 보고서에서 이렇게 워터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CDP는 워터리스크 발생 원인으로 인간을 꼽았다. 많은 지역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에서 물 수요와 오염이 함께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깨끗한 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천연자원으로 꼽힌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담수의 안정적 공급을 더 이상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물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유엔(UN’국제연합)은 현재 소비 및 생산 패턴을 개선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세계 물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40%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대수층 37개 가운데 13개는 물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말라버렸다. 가장 고갈된 대수층인 아라비아 대수층은 6천만 명 이상의 인구에 중요한 물 공급원이기도 하다. CDP는 이런 워터리스크가 민간 부문에서, 즉 기업에 좌초자산을 발생시켜 현재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 메이저 기업들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만 이미 135억 달러(약 18조 원)의 자산이 좌초됐고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 이상이 좌초자산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험을 보고한 자원 메이저 기업들은 앵글로 아메리칸 플래티넘, 이베르드롤라, 선코어에너지, 뉴몬트마이닝 등이다. CDP는 ‘높고 건조한(High and Dry)’ 보고서에서 자산 손실을 야기하는 워터리크스 요인을 물리적 위험, 규체 위험, 평판 및 시장 위험, 기술적 위험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CDP는 자산을 예상치 못한 조기 손실, 가치 하락, 부채 전환 등에 빠뜨릴 수 있는 워터리스크 요인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물리적 위험, 규제 위험, 평판 및 시장 위험, 기술적 위험이다. 물리적 위험은 홍수, 가뭄, 수질 악화, 생태계 취약성, 물 부족 또는 스트레스 증가 등을 말한다. 규제 위험은 더 엄격한 물 취수 또는 배출 허가, 의무적 물 효율성 및 재활용 규제 등을 의미한다. 평판 및 시장 위험은 지역사회의 반대, 이해관계자의 우려 증가 또는 부정적 이해관계자의 피드백, 소송,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뜻한다. 기술적 위험은 물 사용량이 적은 기술 및 제품으로의 전환 비용, 신기술에 관한 투자 실패 등이다. 이런 리스크 탓에 발생한 실제 피해는 이미 과거부터 존재했다. 그 예로 2000년 시작된 미국 서부 가뭄에 따른 황폐화 및 산불, 2021년 캘리포니아 가뭄에 따른 수력 발전 생산량의 저하, 독일의 지하수 부족 및 장기간의 가뭄에 따른 테슬라 기가팩토리 신공장 지연 등이 있다. 2021년 기준 CDP를 통해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상장기업 1112개 가운데 69%는 자신들의 사업에 실질적 변화를 초래할 만한 워터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예측한 리스크의 재무적 영향은 모두 2250억 달러(약 305조 원)에 이른다. CDP의 ‘높고 건조한(High and Dry)’ 보고서의 ‘직접 운영 및 공급망에 미칠 수 있는 상위 6가지 잠재적 영향 그래프’. 기업들은 생산능력 감소 또는 중단(44%)을 워터리스크의 가장 큰 잠재적 영향으로 예상하고 있다. 뒤를 이어 운영 비용 증가(24%), 수익 감소(11%), 공급망 중단(9%), 사업장 폐쇄(8%), 성장 제약(5%) 등이 꼽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기업들은 생산능력이 줄거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워터리스크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운영 비용의 증가, 수익 감소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워터리스크로 인해 공장이 멈추거나 자산이 좌초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CDP는 워터리스크를 바라보는 기업과 투자자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기업들의 행동을 이끄는 금융 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CDP는 “금융기관은 최악의 결과를 피하고 위기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재무 전반에 걸쳐 워터리스크를 파악, 식별, 평가, 관리, 공개하기 위해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바라봤다. ◆ 3920억 달러 vs 4360억 달러, 워터리스크 뒤에 더 큰 기회가 있다 CDP는 올해 3월 내놓은 ‘흐름 타기: 민간 부문이 물 안보의 진전을 가속하기 위해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Riding the Wave: How the private sector is seizing opportunities to accelerate progress on water security)’ 보고서에서 워터리스크에 따른 잠재적 재무 피해를 이전보다 더 크게 추산했다. 영어로 ‘흐름 타기(Riding the Wave)’라는 표현에는 한국어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즉 기회가 생길 때 혜택을 누린다는 뜻이 있다. CDP가 2022년 기준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전체 기업 3909개의 응답을 종합한 결과 워터리스크에 따른 잠재적 위험은 무려 3920억 달러(약 517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워터리스크로 찾아올 ‘기회’에 집중했다. CDP는 “이 보고서는 물 관련 기회, 혁신적 비즈니스 솔루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활성화 요인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산업과 지역에 걸쳐 기업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CDP는 2023년을 워터리스크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흐름을 바꿀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2022년은 사회와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가뭄의 해’로 꼽히는 것과 동시에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 총회 최초로 물이 공식 의제에 포함된 해다. 이어 2023년 3월에는 유엔에서 물 관련 논의를 시작한 이후 46년 만에 ‘유엔 물 총회(Water Conference)’가 열리는 등 국제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기업들도 워터리스크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H&M, P&G, 마이크로소프트 등 지난해 CDP에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3909개 기업의 응답을 종합하면 물 관련 기회를 돈으로 환산한 규모는 4360억 달러(약 589조 원)에 이른다. 이들이 파악한 잠재적 위험(3920억 달러)를 넘어선다. CDP가 올해 8월 내놓은 새로운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보고 있는 물 관련 기회는 상당히 크다. CDP에 따르면 민간 부문이 물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2조3천억 달러(3109조 원)의 상업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한국 경제 규모의 거의 두 배에 근접하는 규모다. 2021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1조1811억 달러였다. 이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기적으로 CDP에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591개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고한 상업적 이익의 재무가치를 합친 것이다. 다시 말해 4년 간의 상업적 기회를 모두 합친 시장 규모다. 이미 기업들은 현실화한 워터리스크 속에서 물 관련 기회를 포착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에 재무적, 전략적으로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718건의 물 관련 기회를 CDP에 보고했는데 이 중 33%는 이미 실행되고 있으며 40%는 최대 3년 이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답했다. CDP의 ‘흐름 타기(Riding the Wave)’ 보고서에 따르면 물 위기 해결을 통한 4가지 기회 유형(효율성, 시장, 제품 및 서비스, 회복탄력성) 가운데 ‘제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큰 2970억 달러(약 401조 원)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효율성 부문은 170억 달러, 시장 부문은 910억 달러, 회복탄력성 부문은 250억 달러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CDP는 물 위기 해결을 통한 기회 유형을 효율성, 시장, 제품 및 서비스, 회복탄력성 등 4가지로 구분한다. 효율성은 비용 절감 및 생산능력의 증가에 따른 수익 개선, 시장은 새롭게 부상하는 물 관련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제품 및 서비스는 물 관련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변화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선호도를 활용하는 것, 회복탄력성은 워터리스크가 발생해도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기회 유형별로 보면 제품 및 서비스 분야에서 2970억 달러(약 401조 원)라는 가장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CDP는 “제조 및 서비스 분야에서는 다른 주체들이 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함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P는 이번 보고서에서 물 관련 기회를 포착해 재무적 이점을 가져가는 기업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유니레버의 사례가 제시됐다.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한 유니레버 주방세제(선라이트)의 성장률은 같은 분야 전체 성장률보다 20% 이상 높았다. CDP는 물 관련 정보공개가 물 위기, 나아가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혁신적 행동’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CDP는 “정보공개는 민간 부문이 물 의존도를 줄이고 위험을 완화하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도록 촉진한다”며 “정부는 이런 (민간 부문의) 신호에 따라 물 위기 해결에 관한 추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P는 ‘흐름 타기(Riding the Wave)’ 보고서의 ‘2015~2022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 정보공개 응답 수 및 응답률 ‘ 그래프. CDP 물 관련 정보공개에 응답한 기업 수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응답 기업 수인 3909개는 2021년보다 16%, 2018년보다 85%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CDP에 따르면 지난해 CDP를 통해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기업 3909개는 2022년보다 16%, 2018년보다는 85%가 증가한 것이다. 201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응답 기업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물 기회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의 의지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CDP에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3909개 기업 가운데 55%는 물 관련 기회를 한 건도 소개하지 않았다. 케이트 램 CDP 물 안보 글로벌 디렉터는 ‘흐름 타기’ 보고서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이미 물을 전략 중심에 두고 기회를 포착해 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오염을 줄이기 위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기업들은 장단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지속가능한 새 수익원을 확보하며 더욱 회복탄력성 있는 미래를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램 디렉터는 “다만 응답자의 45%만이 기회를 발견했다고 답했다”며 “3909개의 모든 정보공개 기업이 기회를 발견했다면 그 규모는 거의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짚었다. 장상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 및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CP-2023-0116@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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