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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찾은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고 하며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도 이날 깼다. 윤 대통령은 이후 원내대표를 호명할 때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고 하며 민주당을 먼저 언급했다.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다양한 민생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이 야권에 먼저 다가가며 국정 운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 단상으로 향하는 복도 양옆에 앉은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일어서서 맞이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눈을 바라보지 않거나 손만 잠시 내어줬다. 악수를 청하는 윤 대통령에게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등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자리를 옮겼다. 윤 대통령이 연설 후 다시 찾아가 인사를 건넸을 땐 김용민 의원이 “그만두시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맺은 ‘신사협정’ 이후 처음 열린 본회의 일정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로 시정연설을 보이콧했지만, 올해는 본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신사협정에 따라 고성과 야유는 없었지만 박수와 격려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윤 대통령 연설 중간 28~32번의 박수가 나왔는데 대부분 여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다만 본회의장 밖에서 신사협정이 유효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기 10여분 전인 오전 9시30분경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생경제 우선’,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이 우선’ 등의 피켓을 들고 대기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 41분경 국회에 도착해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있는 로텐더홀 계단 앞을 걸었지만, 피켓에 눈길을 주진 않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나 좀 봐줘요” “이것 좀 보고가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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