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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초고령사회 방향을 제시한 장수공동체 순창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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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 교수]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여 이미 삼십년전에 초고령자 실태조사연구를 위하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체력과학노화연구소 내에 한국 백세인 연구센터를 설립하였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노화과학연구소에 한국의 백세인 연구단을 설립 운용하면서 한국의 백세인이 지난 20년동안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비교조사하고 있다. 초기에 조사연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오키나와 백세인 연구 책임자인 스즈키 마고토(鈴木信) 박사와 일본 초백세인 연구의 책임자인 게이오대학의 노부유키 히로세 교수와 교류하면서 국제적으로 비교가능하도록 표준화하였다. 백세인 연구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200여개의 자치단체 중 초고령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과 가장 낮은 지역을 선정하여 먼저 조사하고 마지막에 대도시를 조사하기로 정하였다. 의학, 영양학, 가족학, 생태학, 경제지리학, 노인복지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를 초빙하여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백세인에 대하여 입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백세인 연구를 하면서 가졌던 중요한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 관심사는 나이가 들어가면 신체기능이 점점 노쇠해져 가는 것은 분명한데 아주 오래 살면 생체기능이 어디까지 퇴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일까라는 생물학적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수많은 백세인 들을 만나면서 바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백세라는 나이가 생명의 한계도 아닐 뿐 아니라 여전히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관심사는 백 살 나이에도 인간으로서 온전한 삶의 질을 견지하고 있으며 행복할까라는 사회적 심리적 의문이었다. 그런데 백세인 조사를 강원도에서부터 시작하여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그리고 서울의 순으로 진행하면서 뜻밖에도 지역에 따라 백세인의 삶의 질이 크게 차이가 있음을 관찰하였다. 우선 백세인을 누가 모시고 있는가, 부부가 함께 사는가, 마을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는가 등에 따라 백세인의 실태는 확연히 달라져 갔다. 전통적으로 이웃관계가 좋은 지역에 사는 초고령인들의 태도는 당당하고 여유로웠으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더욱 소록도를 방문하여 평생을 폐쇄된 공간에서 동병상린하며 상부상조하고 살아온 한센인들의 특별한 삶을 보게 되었고 이들의 장수패턴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농촌지역의 백세인 조사를 하고 나서 이어진 대도시 조사에서 나타난 백세인의 상황은 농촌사회와 너무도 극심한 차이가 있어서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였다. 농촌지역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경제적 이슈가 도시지역에서는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대도시의 경우에 이웃이 단절되고 관계가 소원하다 보니 백세인들이 더더욱 외로워지고 무미한 삶을 사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촌으로 알려진 오기미촌(大宜味村)은 WHO(세계보건기구)가 1995년 세계 최장수지역이라고 선언하여 더 유명해졌다. 촌장은 장수노인들이 대부분 혼자 또는 부부간에 살고 있고 자식들은 거의 타지에 살고 있다고 하였다. 백세내지 그에 가까운 노인들이 어떻게 혼자 또는 부부만 살 수 있는가 묻자 촌장의 답은 간단하였다. “여기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일은 반드시 자기가 해야 한다. 따라서 백세가 되도 당연히 농사도 짓고 가사활동도 직접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립적 장수인의 모습을 강조하였다. 그래도 이러한 분들이 어떻게 마음 놓고 살 수 있는가 물었다. 그런데 답은 명쾌했다. 오키나와 지역에는 과거로부터 “유이마루(風車)”라는 상부상조 전통이 있다는 것이다. 이웃 간에 서로 협조하여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전통이었다. 비록 직접 모시는 자식들이 없더라도 노인들이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장수촌에서도 이와 같은 전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의 중요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장수촌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그래서 2008년 우리나라 대표 장수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 대표들과, 오키나와와 사르데냐의 대표 및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모여 토론한 다음 장수공동체 순창선언을 하고 미래 초고령사회의 방향을 선도하고자 하였다. 장수공동체 순창선언문을 소개한다.
 
“장수공동체 순창선언 // 동서고금을 통하여 인생살이의 으뜸은 장수이다. 동양에서는 수복(壽福)이라고 하고 유럽의 샤르데냐에서는 “아켄타노스(a kent annos)”라고 한다. 인간이 염원하여 왔던 장수라는 현상이 이제는 세계적 현실이 되었다. 장수는 생명의 절대선이고 축복이며 인간은 장수하여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장수 현상에 걸맞는 지역사회를 건설하여야 함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때이다. 세계적으로 대표적 장수 지역인 오키나와 샤르데냐 그리고 구곡순담의 세 장수 지역 대표들은 시대적 사명에 공감하여 개별 지역의 경험과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장수사회 네트워크인 “장수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세계 초유의 “장수공동체”는 여러 지역에 고유한 건강장수의 지혜를 공유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저비용 건강장수사회를 구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최후 순간까지 극대화하며, 장수지역사회의 발전을 추구하여 밝은 미래를 보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공영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에 뜻을 같이하여 세 지역의 대표들은 장수공동체의 미래적 실천강령을 제안한다.// 생의 최후까지 삶의 질을 구가하는 기능적 장수의 실천방안을 강구한다/ 장수 지역의 특성에 대한 제반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환하여 과학적 효율적 실천적 장수방안을 강구한다/ 상호교류를 통하여 장수공동체 주민 간의 우애와 친목을 도모한다/ 고령화현상에 대비한 비전으로서의 장수문화 패러다임을 협력개발한다”
이와 같은 공동체선언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장수를 존엄하게 하고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 안의 주민들이 서로 상부상조하여 살아가면 지속가능한 저비용장수사회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지역으로 부상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비슷한 서로 돕고 챙기는 향약의 두레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동체로서의 이웃사랑이 있기에 그러한 장수촌이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가능하리라 본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CP-2023-007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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