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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국회청원이 바로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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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공매도’와 ‘이차전지주’. 요즘 증시 최고의 키워드다. 올해 증시의 큰 흐름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이 이차전지주를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일반 주식거래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공매도가 이차전지주 중심으로 움직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좌절과 분노’가 집결돼 왔다는 것이다. 정보와 자금력, 조직력에서 압도적인 해외·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차전지주를 매개 삼아 개인투자자로부터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증시는 1000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이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 시장’이다. 여기에 국내외 금융회사, 각종 연·기금과 사모 펀드 등이 기관투자가로서 참여한다. 개인과 기관들은 한국거래소라는 시장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고, 금융감독원은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감독하고, 금융위원회는 제도를 만들고 관리한다.

그런데 이런 주식거래시스템에 큰 구멍이 존재해 왔다. 말 많고 탈 많은 공매도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가들에게는 ‘불공정 시장’이라고 말한다. 기관투자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규칙이 정해져 운용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무차입 공매도’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거래를 할 수 있다. 물론 불법 거래인데 이를 가려낼 방법이 딱히 없다. 거래가 전산화되지 않고 수작업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에게 상환기간이 무제한인데 개인들은 90일로 제한돼 있다. G외국증권사가 약 1년 전에 이차전지주에 공매를 쳐 놓고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공매를 청산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일화는 증시에서 유명하다. 최근 이차전지주 조정을 틈타 손실을 최소화해서 청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매도는 주가 버블을 방지하고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규칙을 어긴 불법 공매도는 자본시장을 훼손시키는 중대 범죄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불법 공매도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불법공매도 위반으로 적발·제재된 174건 중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위반자 27명 중 19명에 달하는 70%는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28명 중 25명으로 외국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더 나아가 최근 금감원은 BNP파리바, HSBC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조직적으로 장기간 불법 공매도 거래를 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일부 국내증권사와 사모펀드 등이 연계돼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제까지 ‘솜방망이 처벌’을 의식한 듯 형사처벌까지 공언했다. 지난 27일 금융당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문제점투성이의 공매도 제도 개선을 다짐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관련 실태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하고, 금융위는 원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기간에 ‘뿔난’ 개인투자가들이 들고일어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불법공매도로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2일 공매도 거래 전산화와 상환기간 평등화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회청원을 제출, 불과 4일 만에 5만명의 정원을 채웠다. 30일에는 불과 2주 만에 또 다른 국회청원이 등록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불법 공매도 개선의 즉각 시행과 국회와 감사원의 금감원, 금융위, 한국거래소 감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 그것이다. 이들 청원은 이달 국회 정무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태파악과 관련 사상 최대의 공매도 거래가 일어났던 지난 7월 26일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은 증시에서 특별한 이벤트나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증시는 극단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오후 1시 3분께 956.40까지 급등하다가 갑자기 급락세로 돌변해 오후 1시 57분 약 1시간 만에 70.26p(7.35%) 폭락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닥 거래대금이 하루 26조2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코스닥시장의 하락 종목 수도 1480개로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코스닥 공매도 거래금액은 9898억원으로 전날(4870억원), 7월 일평균(4013억원)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오전에는 해외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청산을 위해(쇼트커버링과 쇼트스퀴즈) 이차전지주 매입이 이뤄졌고 오후 공매도 주체는 기관투자자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의 67.97%를 차지했다.

개인투자가들은 “마치 기습작전처럼 무차별 대량 공매도가 동시다발로 쏟아지면서 대폭락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작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며 “매도가 집중된 시간에 거래주체, 물량을 분석하면 인위적 주가 하락인지 아니면 우연에 의한 하락인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개인투자가들의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 늘 그랬듯이 미온적인 태도였다. 개인투자가들은 정치권, 금융당국, 국내외 기관투자가,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공매도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으나 금융당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태도를 표명한 것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공매제도 개선과 함께 국내 증시에서 가격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과연 어떤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그동안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행한 거래자와 거래구조 등을 밝혀내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불법 공매도를 행한 당사자들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현행법상 1년 이상으로 규정된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불법수익의 10배까지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으로 징수해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일각에선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고,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공매 전면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한다. 국회 청원을 통해 ‘공정’과 ‘상식’이 증시에서도 분명하게 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CP-2022-0024@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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