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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상임위원장들 제안 ‘머릿속에 저장’…만찬 모시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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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가진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후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만나 현안을 청취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17개 상임위원장들의 현안 설명과 건의를 모두 경청하고 “향후 국정운영과 정부 정책 입안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김진표 국회의장·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 17개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5분경 국회에 도착해 약 3시간동안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우리 상임위원장님들을 다 같이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정부의 국정운영·국회의 의견 등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짧게 발언을 마쳤다. 이후 각 상임위원장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일부 건의 등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답변하기도 했다.

한 상임위원장이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R&D 예산 지출 조정 이유와 향후 확대 방침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약 23조원의 예산을 구조조정한 상태인데, 이 가운데 7조원가량의 R&D 분야 예산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은 R&D 예산 삭감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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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비저 쿼터 확보 문제를 제기하자 윤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지도부를 포함해 미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윤 대통령에게 그간 서운함과 국정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제안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국회를 좀 존중해주셨으면 하는 문제와 협치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배포한 ‘대통령-국회 상임위원장단 간담회’ 관련 참고자료를 살펴보면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홍범도 장군 관련해 국가보훈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정리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매도’ 문제도 다시 꺼냈다. 백 위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문제 때문에 굉장히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며 “금융위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에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도 요청했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은 “대통령께 간곡하게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손을 한 번 잡아주시면 그 분들 가슴이 봄 눈 녹듯이 녹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참사가 났을 때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서울 치안 최고의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이 또 유임됐다. 참사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 환경노동위원장은 양대 노총과 관계 개선을 요청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정부와 양대노총 간 강대강 대치상황이고, 경사노위도 휴업 상태”라며 “양대 노총의 회계공시 참여는 노동계가 정부 대화하겠다는 시그널로, 정부도 이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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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퇴장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특혜의혹에 대해 대통령께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입장을 밝혀 논란을 해소해 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7개 상임위원장 발언을 모두 경청하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장님들의 소중한 말씀을 참모들이 다 메모했을 뿐만 아니라 저도 아직은 기억력이 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 국정운영과 향후 정부 정책을 입안해 나가는 데 소중한 의견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진표 의장은 “이 자리가 국회의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이런 만남을 정례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어느 상임위원장이 “술 한잔하면서 대화하니 여·야가 없더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저녁을 모시겠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간담회 참석자들의 사랑재 오찬에서 홍 원내대표는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을 건배사로 제안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소통과 과합이 제일이라는 의미로 ‘소화제'”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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