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후 여야 원내대표·17개 상임위원장단 첫 간담회·오찬
尹대통령, 상임위원장단에 연내 관저 초청 만찬 약속
홍범도·양평고속도로 등 쟁점 이슈도 올라…尹, ‘R&D 예산 삭감’ 적극 설명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설승은 류미나 한주홍 김치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뒤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17개 상임위원장단과 자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5월 말 회동 논의가 정국 급랭으로 무산된 지 5개월 만이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홍범도 흉상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등 쟁점 이슈들도 테이블에 올랐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잘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尹 “취임 후 가장 편안한 날”…초당적 협력 의지 거듭 강조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2시간 넘게 간담회 및 오찬을 함께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내 사랑재에서 열린 오찬에서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며 “우리가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국민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와 소통 노력이 미흡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오찬을 마무리하면서도 “아직은 기억력이 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두겠다”며 “국정운영과 향후 정부 정책을 입안해 나가는 데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잘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국회의사당 접견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국정운영, 또는 국회 의견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상임위원장단을 연내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이 “여야 간 시각 차이는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마음을 열고 ‘소폭’ 한 잔 하다보면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더라”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저녁에 관저에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고, 김 의장도 “연말이 가기 전에 하자”고 호응했다는 후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통즉불통’이라는 말처럼 서로 소통해서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과 상임위원장단 간의 만남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다.
진관사에서 마련한 오찬은 길상과 화합의 뜻을 담은 오색 두부탕 및 뿌리채소를 활용한 요리로 구성됐다.
오찬을 시작하면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이라고 건배사를 했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라는 의미로 ‘소화제’라고 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전 참석자들과 함께 사랑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도 했다.
◇ 野 상임위원장들 ‘쓴소리’…尹대통령, ‘R&D 예산 삭감’ 적극 설명
상임위장들은 약 3분씩 모두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소관 상임위와 관련한 정부 정책 및 입법에 대한 의견을 냈고, 야당 위원장들은 쟁점 이슈에 대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장제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은 예산 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와 관련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R&D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여당의 의견과 과학기술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야당의 의견을 잘 조율하고 합의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R&D 예산 지출 조정 이유와 향후 확대 방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대법원장의 공백 사태로 국민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공수처 등의 조직을 완비하는 것이 저희의 기본 책무”라고 지적하며 ‘대법원장 공백사태’를 우회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소환, “최고 예우를 다하겠다는 국가보훈부가 국방부와 엇박자를 내는 것 같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 대해 정리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획재정위원장은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해준 경영 안정 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기간이 도래했다”며 “경제가 어려우니 원금 거치기간을 2∼3년 연기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건의가 있다”고도 말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국정감사 기간 제기된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밖에 ‘노란봉투법’,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 필수의료 혁신,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등도 거론됐다.
윤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가 야당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요구한 데 대해 “깊이 인정하고 실천하겠다”며 “여야가 지금까지는 오월동주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주공제의 관계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우리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겠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 그다음에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도 큰 부분도 있다”며 연이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가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좀 위로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가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이 이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상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박정 환경노동위원장, 서삼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 김철민 교육위원장,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 박덕흠 정보위원장,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기호 국방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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