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1차지명 유격수 안재석(21)이 현역 입대를 결심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3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허리를 다친 뒤로 컨디션도 안 올라오고, 본인 스스로 힘들어하더라”며 입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상무 지원 대신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도 머리를 식히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두산 관계자는 “지금은 잠시 야구를 내려놓고 싶다고 하더라”며 안재석이 많이 지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안재석은 ‘포스트 김재호’로 불릴 정도로 촉망받는 차기 유격수였다. 2021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입단했는데, 두산이 2004년 김재호 이후 무려 17년 만에 1차지명으로 뽑은 내야수였다. 데뷔 시즌인 2021년 1군 붙박이로 96경기를 뛰면서 두산 신인 야수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도 선수도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구단은 안재석이 3년 안에는 김재호의 대체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길 바랐고, 선수 본인도 원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지난해는 손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고, 올해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있다가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다. 서울고 주전 유격수를 시작으로 프로 1차지명까지 승승장구만 하던 안재석에게는 꽤나 큰 시련이었다.
안재석은 구단의 기대를 받은 만큼 2021년 신인 때부터 의욕이 대단했다. 19살인데도 대범하게 유격수로서 수비를 해냈고, 김재호의 장점을 옆에서 배우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듯했다.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이라 타격은 기복이 있어도 수비만큼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군 붙박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 두산이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빠르게 가을 DNA까지 심었다. 프로 2년차 때는 수비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겠다며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그러나 타격 지표는 갈수록 떨어졌고, 신인치고 과감하고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던 수비도 갈수록 흔들렸다. 2021년 타율 0.255(200타수 51안타), 2022년 타율 0.213(235타수 50안타), 올해 타율 0.188(64타수 12안타)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걸었다. 클러치 실책이 나왔을 때 회복되는 속도도 갈수록 더뎌졌다. 결국 안재석은 잠시 야구와 멀어져 쉬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재석은 일단 마무리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이어 가고 있다. 신체 검사를 마치고 입대 날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현재 잠실에서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하는 투수 곽빈, 최승용을 비롯해 회복조 투수 9명이 컨디셔닝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감독은 안재석을 대신해 다음 시즌 포스트 김재호 경쟁에 뛰어들 얼굴을 찾으려 한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등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좋은 성적으로 끝내 다음 시즌에도 같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김재호를 넘을 선수가 나와야 팀이 강해진다. 김재호는 그 자리를 지키려 노력할 것이고, 어린 선수들은 선배를 뛰어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젊은 야수들 전반적으로도 분발을 촉구했다. 이 감독은 “전력 보강이 되면 좋겠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필요하다. 김민혁과 김대한이 생각보다 많이 부진해서 양찬열, 송승환 이런 선수들이 기회를 더 얻었고, 박지훈, 박준영 등도 좋은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성장해 준다면 우리팀이 강해질 것이다. 베테랑인 김재호, 허경민, 양의지 등이 앞으로 풀타임으로 뛸 수 있을지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어린 선수들이 빨리 나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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