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1863조…7% 금리에도 또 늘어
고삐 풀린 주담대…예외 조항이 문제
한국 경제가 빚으로 휘청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최대를 찍었던 가계 빚이 올해로 접어들며 다소 안정세를 보이긴 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부양과 맞물리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출 금리가 7%를 돌파하며 연체율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빚을 갚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임을 고려할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망을 좀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금리에도 또 '영끌'…용산까지 위기감
“가계부채 위기 발생 시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고위 협의회’에서 발언한 경고 메시지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빌리는 것) 대출이라든지 영끌 투자 행태는 정말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용산에서 턱 밑까치 차오른 가계대출에 강도 높은 부채 관리를 직접 주문한 것이다. 다만 영끌 대출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렸지만, 현 정부 역시 가계대출 관리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2017년 5월 10일~2022년 5월 9일) 동안 가계부채와 신용카드 할부를 합친 가계신용은 1450조6000억원(2017년 4분기 말)에서 1859조4000억원(2022년 1분기 말)으로 408조8000억원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경기 회복과 서민금리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제로 금리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이후 가계신용은 같은 해 2분기 말 186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1분기는 185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줄었으나 2분기에 다시 주담대 증가 영향으로 1863조원에 육박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들어 가계신용은 6조6000억원 감소했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문 정부의 105.4%에서 101.0%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가계신용 대부분이 대출이고 이를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에서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0조1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14조1000억원 늘어난 10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지난해 말 내놀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대출규제 완화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금융완화 대책을 대거 쏟아낸 탓이다. 특히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 핵심 주범으로 지목됐다.
◆ 전세대출도 DSR 포함해야…한은도 지적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018억원으로 지난 9월 말보다 2조4723억원 늘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월 증가폭으로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DSR 정책 정상화를 통해 주택시장의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시 증가하는 가계부채, 향후 관리 방향에 제언’ 보고서에서 “금융안정정책 차원에서 선제적 지침을 통한 시장 경고를 강화해야 한다”며 “통화당국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선제적 지침을 통해 당분간 주택구입및 위험자산 투자가 수익차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장 경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주택수, 주택가격 등 복잡하게 차등화된 대출 규제를 채무상환능력 기준으로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DSR 제도의 본래 취지인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 원칙만 제대로 정착된다면 굳이 과잉대출 또는 약탈적 대출 개념의 도입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거시건전성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전세보증금대출 원금상환액을 임대인 DSR에 반영하는 방안이다. 임차인 DSR 산정에는 상환이자만 반영하고, 실질적 차주인 집주인 DSR 산정에는 만기 설정을 통해 대출원금을 포함하는 것이다. 다만 임대차계약 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은 임차인을 배제할 수 있는지 방지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3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 비중이 낮다”며 “루프홀(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해당하는 가구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조정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마이크로 정책을 함에도 가계대출이 너무 안 줄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면서도 “통화정책으로 가계대출을 해결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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