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침체기에 빠진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우수고객(VIP) 지키기’ 카드를 빼 들었다. 일반 고객보다 구매 금액 및 전환율이 높은 VIP를 공략해 안정적인 수입 창출원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홈쇼핑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폐쇄형 라이브 커머스 ‘시크릿 쇼라’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월 1~3회 정기 운영을 시작했다. 그간 회원비만 내면 가입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제도는 있었으나, 일정 구매 금액과 횟수를 기준으로 VIP 고객을 선별한 건 현대홈쇼핑이 업계 최초다. VIP는 6개월 이내 구매 횟수가 10회 이상이면서 주문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 회원으로, 매달 휴대전화 메시지로 발송되는 시크릿 쇼라 ‘초청장’을 통해 개별적으로 방송에 입장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이 이 같은 실험에 들어간 배경에는 업계 불황으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은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5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하락했다. TV 송출 수수료 증가, 시청자 수 감소 등 여러 대외 환경이 영향을 미치면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과거에는 TV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재핑족’을 잡는 것이 중요했지만, TV 시청자 수가 감소하는 현재에는 현대홈쇼핑을 애용하는 VIP 고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유튜브, 라이브 커머스 등 신사업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유입시키는 동시에 VIP 고객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시크릿 쇼라는 수익성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리조트, 골드쥬얼리, 수입 주방가전 등 일반 라이브커머스보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 위주로 구성된 데다, 구매율이 높은 VIP 고객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송 구조 때문이다. 시범 운영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시크릿 쇼라 구매 전환율은 일반 방송 대비 2배 이상, 평균 방송 회당 주문 금액은 최대 7배 높았다. 시크릿 방송 접속자와 VIP 고객 수도 증가 추세다. 시크릿 방송 평균 접속자 수는 최대 3만명까지 늘었고, 올해 1~9월 기준 VIP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은 향후 시크릿 쇼라 방송 상품을 전 카테고리에 걸쳐 다양화하고, VIP 전 단계인 ‘예비 우수고객’을 위한 단계별 혜택을 마련하는 등 충성 고객 확보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대H몰 내부에 업계 최초로 구축한 VIP 전용 페이지를 통해 단독 상품, 고객 참여 이벤트 등 다양한 혜택도 선보인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고객층을 두껍게 확보하고 전체 고객의 충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강화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VIP 고객을 위한 집중 케어 패키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객단가 상승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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