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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내가 살다 살다 숏을 치는 일도 있네.” (10월 31일, 2차전지 인버스 ETF 커뮤니티)
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 2차전지주 주가 하락에 110억원 넘게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2차전지 인버스 ETF 수익률만 나홀로 고공행진 중이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인버스 ETF 상품인 ’KBKBSTAR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 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6.59%에 달한다. 국내 상장된 전체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ETF 수익률 상위 2~5위 모두 코스닥150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이들의 수익률(14%대)도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지난달 9월 상장 기점으로 넓혀보면 수익률은 40%를 넘어선다.
이 ETF는 출시 당시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을 부추기는 상품이라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 사이 원성도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2차전지 약세장이 길어지자 개인들도 이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분위기도 반전되고 있다. 지난달 기관이 179억원을 순매도한 행보와 달리 개인들은 11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26~27일 2거래일에만 사들인 규모만 108억원에 해당된다.
이 지수의 상승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KBSTAR 2차전지TOP10 ETF 순매수액은 지난달 30억원에 그쳤다. 2차전지 상승세에 베팅한 다른 상품들도 고전 중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래에셋TIGERKRX2차전지K-뉴딜(-22.32%) ▷한국투자ACE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21.5%),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20.85%) 등 대체로 20% 안팎의 손실율을 내고 있다.
2차전지를 헷지하는 수단으로 인버스 ETF에 뭉칫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초 770억원 규모였던 순자산 규모는 지난달 24일 91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바로 다음날(10월 25일) 720억원대로 급감했다. 차익실현 움직임에 하루 사이 약 19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5거래일도 안 걸려 다시 200억원대의 자금이 몰렸다. 1일 현재 순자산 규모는 927억원이다.
끝 모를 하락에 개인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다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했다. 전기차 성장세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누리던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것이다. 2차전지 인버스 ETF 종목 토론방에는 “테슬라 상황이 좋지 않은데 국내 2차전지도 어쩌겠나”, “저도 2차전지 주주고 2차전지에 인생 걸었지만 이 ETF는 내년 1분기까지 강할 것 같다” 등 추가 상승을 전망하는 글도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2차전지 업황은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는 대표 성장 산업인 만큼 많은 이슈, 큰 주가 변동 폭으로 대응이 어려운 섹터”라며 “2024년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원재료 조달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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