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발표된 쉐보레 실버라도 EV.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투자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켈리 블루북은 올해 3분기 미국에서 총 31만3000여대의 전기차가 팔려 매출 증가율 2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분기에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7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었다.
자동차 데이터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딜러들이 제조업체로부터 전기차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시간이 지난달 88일로 1년전 39일에 비해 두배 이상 오래 걸리고 있다. 전기차 판매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관심도 역시 낮아졌다. 야후 파이낸스와 입소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3명 중 1명만이 다음에 구입할 차량으로 전기차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구입 비용을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저하는 이유로 꼽았다.
스티브 브라운 피치 신용평가 분석가는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전기차를 이미 산 것 같다”면서 “이제는 주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상황으로 변했지만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격은 중요한 고려 요소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활성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일정 부분 미국 내에서 조달하는 모델만이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도 얇아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금리로 전기차 구매자들의 월 구매 비용이 늘어나면서 테슬라 전기차의 수요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시장 예상치 보다 낮은 43만5059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이는 2분기에 비해 3만1000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GM은 미시간 공장에서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픽업 트럽의 전기차 버전을 내년부터 생산하려던 계획을 2025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3분기 전기차 부문에서 1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포드는 SK온 과 함께 켄터키 주에 투자하기로 했던 합작 배터리 공장 2곳 중 1곳을 연기하기로 했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는 느리게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는 솔직히 이를 예상했다”면서 수요가 완만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생산 가능 대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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