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비윤’ 끌어안기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와 대화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인 위원장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보여주기 식’이라며 김기현 지도부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와중에 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전면전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을 띄워주는 것은 과했다는 불만도 지도부 내에서 감지된다.
혁신위는 1일 ‘이준석 달래기’를 이어갔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전날 2시간 동안 면담했다며 이 전 대표과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좀 만나서 (의견을) 듣고 싶다”며 “제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조언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만드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선거 때도 잘 도와주셨는데 앞으로 (총선 때도) 좀 도와달라, 앞으로 저를 좀 가르쳐 달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원인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마음을 녹이기위해) 그동안 다소 비민주적인 당의 모습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지도부 당시 일부 친윤계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주도했고, 이 전 대표의 ‘궐위’ 상태를 일방 의결했던 전례를 지적한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1호 혁신안인 징계 취소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저희는 (당헌 당규 상 당대표의 징계취소)를 전제로 해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대사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이 전 대표 입장에선 그것이 다소 불쾌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몸을 낮췄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아무도 신경 안 쓴다”며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을 만나 통합의 여지를 남긴 유 전 의원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공식적으로 (김기현) 대표부터 대통령까지 내부총질한 당대표를 (내쫓아)놓고는 1년 반 동안 저에게 린치한 것도 모든 국민이 다 안다”며 “1년 반 린치 한 다음에 요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죽겠다 싶으니 ‘100만원 줄 테니까 합의해라, 안 하면 네가 속 좁은 놈’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당사자도 아닌데 ‘마음이 많이 다치신 것 같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본지에 인 위원장 측에서 공식적으로 만남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유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엇갈린 반응에 당내에선 김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이 비윤계를 포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김 대표도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줬다’고 발 뺄 것이 아니라 혁신위 기조에 맞춰 (비윤계에) 팔을 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기현 지도부에서도 이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을 저격하는 메시지를 자제해야 한다. 한쪽에선 때리고 한쪽에서는 치료해주면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엇박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홍 시장을 향해 “자중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당 지도부에서는 인 위원장이 비윤계를 과하게 옹호한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유 전 의원에게 ‘애국자’라고 하는데 그럼 (김기현 지도부)는 뭐가 되냐”며 “내년 총선 때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안에서 함께 갈 수 있다 정도 메시지만 내는 것이 적당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통합의 기치를 내거는 것은 좋지만, 인 위원장 혼자 비윤계를 끌어안는 것은 현실적으로 총선 때 의미가 없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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