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이른바 ‘비윤계(비 윤석열계)’ 껴안기를 시도했다. 당내 통합으로 총선 전 ‘원 팀’ 분위기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합보다는 지속해서 제기돼 온 대통령실과의 수직적인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표적으로 각을 세워 온 원외 인사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대표(의원)가 정말 젠틀맨”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존경이 갔다. 한마디로 당이 걱정된다, 국가가 걱정된다는 그 자세가 아름다웠다”고 치켜세웠다.
혁신위는 공식 출범 이후부터 줄곧 당내 통합을 우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통합의 일환으로 비윤계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당원권 정지를 사면하는 방안을 혁신안 1호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양두구육’, ‘신군부’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추가로 받아 당 대표직 복귀는 물론 지난 3월에 있었던 전당대회에도 나가지 못했다. 홍 시장은 지난 수해 당시 골프 논란을 빚어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어떤 특정 대상자를 놓고서 사면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이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 대통령이 사면을 하는 원칙 속에는 국민 통합이라는 대전제가 있듯이 그런 내부적 의미를 차용해 온 것”이라며 “윤리위원회 당 규정에 보면 30조에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서 징계 취소 또는 징계 중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사면안은 오는 2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이 공천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인 위원장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스타 의원들이 (총선 때) 서울로 올라왔으면 한다”는 인터뷰가 공개된 후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어서 한 말이라는 추측들이 제기됐는데, 이는 곧 대통령실 인사들의 공천을 위해 텃밭 중진 의원들을 솎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대통령에게 쓴소리)을 왜 열흘 동안 안 하고 지금 하겠다는 예고 방송만 하느냐”며 “그것부터 하고 시작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그래도 용기가 있네 이렇게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의원도 “이게 무슨 혁신위원회냐”며 “오히려 통합위원회가 하는 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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