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동호회장 “4년전 제주서 만나 속을 뻔” 경험담

“당시 앞뒤 안맞는 말, 사기꾼 뻔한데 의심하려니 죄책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사기 혐의로 체포된 전청조씨를 과거 제주도에서 만나 사기당할 뻔했다는 한 누리꾼의 경험담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9년 5월쯤 전청조와 제주에서 만나 보드게임 했다”며 겪은 일을 공유했다.

글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제주시에서 보드게임 동호회 모임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 이전에 모임장을 했던 여성이 “최근에 친해진 친구가 있다. 같이 모여서 보드게임 하자”고 제안했다. 보드게임 회원 확대에 애쓰던 A씨는 제안을 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A씨는 “카페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는데 중학생처럼 생긴 남자가 자기보다 키 큰 여자를 동행하고 카페에 등장했다”며 “그 남자는 자기 스스로를 ‘조조’라고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자라 한국말이 서툴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근데 남자라고 하기엔 키도, 체격도 너무 작았다. 목소리도 변성기가 안 지난 중학생 톤에 말투도 너무 어린 느낌이었다”며 “완전히 여자 같다고 하기엔 남성이라는 스펙트럼에서 저 끝자락, 여성스러운데 남자에게 가까운 그런 정도로 허용될 모습이었다”고 전씨를 묘사했다.

A씨는 전씨의 외형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정도의 남학생처럼 보였다며 “그렇게 어려 보이고 연약해 보이는 자기 모습을 가리기 위해 말투나 행동, 그리고 팔에 드러난 문신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었다.

전씨와 동행한 여성은 동조자인지 피해자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A씨는 “어쨌든 조조는 같이 온 여성을 자기의 아내라고 소개했는데, 여성치곤 키가 큰 여성과 남성치곤 키가 상당히 작은 남자의 조합이 뭔가 색다르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날 보드게임을 마치고 두 번째 모임에서 전씨 부부가 또 한 번 참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씨의 아내는 보드게임에 재미있게 참여하는 반면, 전씨는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느낌이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의 직감대로 전씨는 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A씨를 카페로 따로 불러냈다. 이때 전씨는 “내가 ○○호텔 소유주 일가의 자식이다. 곧 제주도에서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인데 카지노 내부의 세력 다툼 탓에 믿을 사람이 없다”면서 A씨에게 오른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당시 내가 일하던 직장에 불만이 있던 시점이었기에 솔직히 10% 정도는 솔깃했다. 하지만 전씨의 이야기에서 너무나 큰 모순을 발견했다”며 “자기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다면서 단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한 날 어떻게 믿는다는 거냐. 내가 이 부분을 지적하자, 조조는 나와 단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더 믿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기인 게 분명하니까 당장 잘라내야겠지만, 그 시점엔 내게 그 사람이 ‘전청조’라는 정보가 없었고 무조건 의심하면 안 된다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조조에 대한 의심과 함부로 의심하면 안 된다는 감정이 공존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현재 일하는 직장도 있어서 좀 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전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전씨 부부는 보드게임 모임에 찾아오지도, A씨에게 연락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끝으로 A씨는 “조조가 외국 출신이라는 건 의심한 적이 없다. 영어 하는 걸 들어보진 못했지만 규칙이 쉬운 보드게임을 한국어로 설명할 때 한 번에 이해한 적이 없고, 영어로 설명해 줬을 때 알아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도의 연기였던 것 같다”며 “다만 카지노를 운영한다는 사람이 ‘티츄’라는 보드게임의 족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진짜 현실에서 사기꾼을 직면했을 때 사기꾼에 대해 의심할 수는 있어도 ‘이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확신하면서 잘라내는 건 인간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나보다 더 삶이 절실한 사람이었다면 정말 솔깃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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