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독감 치료제 주사 접종 후 환각증세로 발생한 추락 사고와 관련해 최근 법원이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 법원이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확대해석했으며 이는 결국 의료인의 소신진료를 위축하는 등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인플루엔자 치료를 위해 타미플루 계열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환각 증세로 추락,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사건을 다뤘다. 법원은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 5억7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8년 12월 독감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이 환자는 타미플루 계열 독감 치료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를 접종받았다. 다음날 오후 환각증세를 보인 환자는 거주하던 아파트 7층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고, 척추 손상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환자 측은 의료진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31일 입장문을 냈다. 의협은 “먼저 불의의 사고를 입은 해당 환자분과 상심이 컸을 환자의 보호자 등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학계 보고에 근거하면, 해당 환자의 신경이상증세가 독감 증상인지 독감 치료 주사제의 부작용인지 불명확하며, 기존 법리에 비춰 볼 때 설명의무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이상증세 원인을 정확히 가릴 수 없으며, 의사가 환자에게 부작용 등을 설명해야만 하는 설명의무에 대해 법원이 확대해석했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의협은 “이번 판결이 투여 약제의 설명서에 기재된 주요 부작용을 모두 설명하라는 취지라면, 이는 실무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본질적 의미도 짚고 넘어갔다. 의협은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는 게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말했다. 또 “의료행위에 예상되는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그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해 통제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런 의료행위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원 판단이 계속 이뤄질 경우 진료 환경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국민건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법의 잣대만 들이대면 의료진의 소신진료 위축과 함께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가속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사와 국민 모두 안전한 진료 환경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약물부작용에 의한 환자 피해구제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재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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