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지(29·본명 배수지)는 2010년 아이돌 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얼굴에 눈부신 비주얼로 크게 주목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감독 이정효) 속 두나와 그 모습이 닮았다. 케이팝 최고 아이돌로 활동하던 두나는 은퇴하고 셰어하우스에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을 만나 위로를 얻는다. 수지에게 두나는 위로가 됐다. 그 시절 자신과 마주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 수지는 두나가 부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수지는 “아이돌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며 “연습할 때 감정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 웹툰이 지닌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특이했다. 두나가 지닌 아픔도 공감됐다. 막연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수지는 한때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배우로 살고 있다. ‘이두나’를 통해 가수 시절을 많이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무대 장면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나가 부르는 노래가 특히 와닿았다. 두나의 그 시절을 말해주는 기분이 들어 울컥했다. 가사가 마음에 세게 박혔다. 연습할 때나 촬영하면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부르려고 노력했다. 눈물이 자꾸 났다”고 말했다.
양세종과 스킨십 장면, 흡연 장면 등에 관해 수지는 “두나라면 어떨까, 계속 상상하며 연기했다. 리허설하면서도 두나라면 이렇게 할 거고, 원준이는 이렇게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키스신과 다르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담배 장면은 웹툰에서 나온 담배가 쓰였다. 소품팀에서 촬영용으로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아이돌 가수와 평범한 대학생의 로맨스. 수지는 “원준이 자체가 판타지 캐릭터”라고 말을 이었다.
“원준이처럼 나 자체로 바라봐주고 안아주는 남자가 현실에 없는 판타지 아닐까요? 두나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부분도 있는데 옆에 있어 주면서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나를 모르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는 거. 무해함에서 오는 안정감이랄까. 나를 알아보고 의도적으로 내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 있었을 텐데 순수한 마음으로 내게 다가오고 잘해준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된 거죠. 둘의 어긋나는 대화도 재밌었어요. 그래서 더 긴장감이 느껴졌죠. 그런 로맨스가 흥미로웠어요.”
현실에서 원준이 같은 남자는 정말 없을까. 그런 남자를 만나본 적 없냐고 묻자 수지는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 상황도 있는데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 자체로 사랑해주는 건 힘들지 않을까. 또 연예인인 내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주고 무해하게 다가와 주는 상황 자체가 판타지”라고 말했다.
수지는 “두나를 연예인 이두나가 아닌 인간 이두나로 봐주길 바랐다”고 했다. 그는 “셰어하우스에서 두나는 한없이 가라앉아있는 모습이다. 그게 카메라 밖의 인간 두나의 모습 같았다. 나도 평소 밝은 이미지이기에 ‘짜증도 나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웃기지 않나. 사람인데 당연히 기분 나쁠 수도, 짜증 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안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 같아서 공감됐다”고 말했다.
“두나의 대사 중 ‘내가 받은 돈의 반절은 욕 값, 반은 얼굴값’이라는 말이 나와요. 아픈 말을 할 때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써 쿨한 척 하죠. 원준이한테 말할 때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요. 저도 두나처럼 이 세계가 제 전부였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이 전부가 되면 일이 없어졌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내 전부가 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게 됐어요.”
한편으로 두나가 부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수지는 “두나가 힘듦을 온전히 느끼고 있더라. 그 자체로 부러웠다. 두나는 그래도 표현하는 사람 같고, 나는 회피하는 느낌이다. 그게 다르고 또 부러웠다”고 말했다.
“바빴을 때 제가 힘들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어요. ‘힘들면 안 돼’ 했달까요. 대본을 보면서 ‘두나는 나보다 낫다. 자기 고단한 것, 힘든 감정을 알고 있구나’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어쩌면 고장이 났을 수도 있고요. 힘들었던 순간이 스쳤어요.”
수지의 안식처는 집이다. 온(ON)과 오프(OFF) 스위치를 내렸다, 올렸다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한다고 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일할 때 받은 스트레스를 안 들고 간다. 출, 퇴근이라고 표현하는데, 촬영이 끝난 순간부터는 거기서 최대한 벗어나려고 한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 철저히 분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 13년, 묵묵히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았어요. 앞으로도 그냥 뚜벅뚜벅 잘 걸어가고 싶어요. 안 해본 배역을 연기하고 싶어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 대본이 들어오는 거 같은데, 다른 장르를 만나는 것도 흥미로워요. 늘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여전해요. 차기작으로 김은숙 작가 드라마를 또 하게 됐는데요, 배우 김우빈과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더 편하더라고요. 재밌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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