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빌려주지 마세요”… 한문철도 처음 본다는 역대급 신종 사기 수준

/이하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한블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역대급 신종 사기를 조명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에서는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신종 사기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승객은 부천에서 부평까지 약 15분이면 가는 동안 범행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택시비를 계좌로 보내겠다며 택시 기사의 개인 계좌번호를 물었다. 그러면서 돈이 들어왔냐고 물었다.

‘한블리’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승객은 이미 이때부터 사기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택시 기사가 자신의 은행 앱에 접속해 계좌 번호를 확인하거나, 잔액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할 때 승객은 택시 기사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언제라도 비밀번호를 훔쳐볼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외우고 있었고, 잔액도 돈이 입금되면 곧바로 알림이 뜰 수 있도록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물론 승객의 의도가 담긴 질문이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계좌번호를 물어본 뒤에 자리를 보조석 뒤쪽으로 옮겼다. 또한 그에게 현금이 없지도 않았다. 계좌번호를 기껏 물어봐 놓고는 현금으로 택시비를 지불했다.

앞선 방법이 실패하자, 승객은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체하려고 하는데 내가 어제 핸드폰을 새로 사서 안 돼”라고 설명하더니, 택시 기사에게 “죄송한데 현금 드리면 친구한테 대신 보내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했다. 택시 기사는 5천 원의 현금을 건네면서 2천 원을 친구의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다.

택시 기사가 미심쩍은 듯 “일단 계산부터 해야지”라고 말하자, 승객은 “계산은 도착해서 하면 되잖아요”라더니 “드려요? 지금 드릴게요”라며 현금 1만 원을 손에 쥐어서 건넸다. 처음에 택시비가 없어서 계좌 이체를 하겠다고 했던 말과 상반된 행동이었다.

수상한 행동은 또 이어졌다. 가다가 갓길에 차를 세워달라고 하더니 당장 송금해달라고 독촉했다. 택시 기사가 핸드폰으로 송금하고 있는 사이에 승객은 다시 운전석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송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비밀번호를 엿봤다. 이후에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내리지 않고 다시 목적지를 여러 차례 옮기면서 범행을 이어갔다.

급기야 승객은 본인의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는 핑계로 택시 기사의 핸드폰을 빌려 전화 통화를 했다. 운전하느라 신경을 크게 못 쓰는 택시 기사로부터 핸드폰을 넘겨받은 그는 스피커폰을 이용해 의문의 가게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면서 손으로는 빠르게 은행 업무를 보는 앱에 접속했다. 승객이 핸드폰을 빌려 가 돈을 이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그는 총 세 차례에 걸쳐서 200만 원씩 600만 원을 빠르게 송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