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31)이 원래 포지션에서 뛰지 않아도 잘하는 이유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완벽한 전술 덕분일 것이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해 승점 26점(8승 2무)으로 리그 테이블 가장 높은 곳을 지켰다.
이날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은 맹활약을 펼쳤다. 매디슨은 우측 측면을 파고들어 강력한 땅볼 크로스로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을 유도했고, 손흥민은 브레넌 존슨의 컷백을 받아 추가골을 완성했다.
손흥민과 매디슨의 활약으로 격차를 벌린 토트넘은 후반전 추가시간 크리스탈 팰리스에 만회골을 내줬지만,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결국 2-1 승리를 완성한 토트넘은 2위 아스널 FC(승점 24점)와 3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24점)보다 높은 곳에 위치했다.
토트넘은 전체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유지했다. 특히 후방 빌드업과 수비가 매우 좋아졌다. 공격 전술은 다양해졌으며 골을 넣는 루트도 많아졌다. 올 시즌 토트넘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했고, 수비가 안정되며 최소 실점 공동 3위(9실점)를 기록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전술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前감독 체제에서 리그 8위(승점 60점, 18승 6무 14패)에 그쳤다. 38경기 63실점을 내주는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결국 콘테 감독을 경질하고,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셀틱 FC를 지휘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에서 총 5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경험이 있는 감독이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팀의 주포였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고, 빅클럽 경험이 없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하자 우승할 수 없는 팀 전력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시즌 출발도 어두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EPL 데뷔전인 브렌트포드 FC와 경기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을 뒤집는 건 시간 문제였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라운드 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2-0으로 승리하며 리그 첫 승을 거뒀고, 리그 4연승을 달리며 상위권에 올랐다.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는 2-2로 비기며 순식간에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10월에 열린 4경기는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1일 기준으로 현재 아스널과 유이한 무패를 기록 중인 팀이다. 천하의 맨시티가 2패를 기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올 시즌 토트넘이 가장 잘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이다. 지난 시즌 스리백을 고집하며 역습을 추구하던 콘테 감독과 달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백을 사용하며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 전술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원볼란치 형태로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빌드업을 시도한다.양쪽 사이드백은 소위 말하는 3선과 2선사이에 위치하여 빌드업을 시작하고, 중앙 미드필더인 매디슨과 파페 사르는 좀 더 앞쪽에서 볼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때 윙어 데얀 쿨루셉스키와 히샬리송이 넓게 벌려 상대 중앙 수비수와 사이드백의 간격을 넓혀놓는다. 볼 운반이 가능한 비수마가 전진할 때 미드필더 혹은 사이드백이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거나 스트라이커 손흥민이 움직이며 볼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손흥민이 내려와서 볼을 받게 될 경우 넓어진 수비 간격을 윙이 파고드는 것도 약속된 전술 중 하나다. 따라서 지난 시즌 역습에 의존한 ’One-way 공격’이 아닌 다양한 루트로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리버풀전 손흥민의 득점이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에서 잘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주문한 ’자유로움’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데뷔 시즌 이후 가장 저조한 스탯을 쌓았다. 왼쪽 윙백으로 합을 맞춘 이반 페리시치 때문이다.
페리시치가 사이드를 장악하다보니 손흥민은 자연스럽게 안쪽에 위치했고 상대 수비수들은 안쪽만 막으면 됐다. 즉, 자유로움이 없었다. 손흥민이 문전 안에서 고립되는 장면은 많아졌다.
올 시즌은 다르다.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뒷공간으로 침투하거나 내려와서 볼을 받아줬고, 하프 스페이스까지 공략하며 다양한 공격 루트가 생겼다.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면 자연스럽게 동료에게 찬스가 전달됐다. 이 부분은 토트넘 전체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활약도가 올라가는 이유이기도하다.
수비에서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이적생 미키 판 더 펜의 활약이 돋보인다. 로메로는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판 더 펜은 빠른 발과 1대1 수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두 센터백은 후방 빌드업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판 더 펜이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왼발 센터백으로서 빌드업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양쪽 사이드백 데스티니 우도지와 페드로 포로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 가담을 시도하고,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퀄리티가 좋아지고, 전술가 감독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토트넘의 경기력이 살아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선수들은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을 향해 최고의 리더라는 찬사를 보내면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10라운드, 약 1/4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토트넘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뛰어난 전술가 감독으로 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토트넘이 이 흐름을 내년 5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국내 팬들과 해외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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