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9년째, 단통법 실효성은 논쟁 중
정부 ‘추가지원금 15%→30% 상향’ 발의
잠자는 국회, 법안 심사는 계속 연기
정부 차원 이슈화 및 드라이브 필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시장 정보를 잘 모르는 소비자가 소위 ‘바가지’를 쓰지 않고 공정한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취지로 2014년 시행됐다. 하지만 가격통제 정책으로는 목표했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단말기 가격이 크게 상승한 현재 통신비가 가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단통법을 우회해 영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편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소위 ‘성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례가 인터넷에 적지 않다. 음성 녹취 등 단속의 근거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육성이 아닌 계산기로 가격 정보를 알려주는 웃지 못할 광경도 생겨났다.
물론 순기능도 없지 않다. 통신 3사의 마케팅 출혈경쟁을 줄이고 시장 안정화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모든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공시지원금’ 혜택을 보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가격 정보에 어둡던 소비자들에게는 일정 부분 이익으로 돌아가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 시행 후 통신사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늘고 소비자들의 단말기 부담은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법이 처음 시행된 2014년 8조8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914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6107억원에서 4조3835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규제심판제도에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안건을 상정하는 등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완전한 폐지는 과거 무질서한 출혈경쟁 시기로 회귀할 수 있다고 보고 대리점 또는 판매점의 추가지원금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추가지원금의 상한 확대에 긍정적이다.
‘단통법 개정안’도 이미 마련돼 발의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추가지원금 한도를 현행 ‘공시지원금 15% 이내’에서 30%까지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단통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소비자 보호 조항과 경쟁 활성화 등 단통법의 순기능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폐지안을 발의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원금 하한선’만 규제하고 이를 초과하는 지원금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기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국회가 안건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법안 심사를 위한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 간 정쟁이 심화되며 경색 국면이 길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개폐 여부를 떠나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자본주의 세상에서 싸게 파는 게 어떻게 죄가 되느냐”며 단통법의 문제를 지적했던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은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지면 안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행 10년이 지나 법에 따른 시장 질서가 형성된 상태에서 (완전 폐지는) 또다른 혼란을 줄 수 있다. 장단점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고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자체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격정보 비대칭 문제 등 소비자 보호조치나 보완책인 선조치 된다는 전제 하에 폐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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