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년 넘게 지속된 세계 주요국의 통화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 전쟁과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인하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올 9월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2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시장에서는 12월 FOMC에서도 추가 인상이 없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Fed에 앞서 유로존, 캐나다,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4.50%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금리인상을 시작한 후 첫 동결로, 이로써 15개월간 이어 온 긴축 행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각각 5.0%, 4.1%로 종전 수준으로 유지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2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역시 기준금리를 현행 5.25%로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우리나라도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 중이다.
누적된 통화긴축 효과로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면서 주요국들은 1년~1년 반에 걸친 금리인상 행진을 끝낼 채비에 들어갔다. 각국 통화당국이 전례 없는 속도로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결과 주요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물가상승률을 앞질렀다. 미국에서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3.7% 올라 기준금리인 5.5%를 하회했다. 10월 CPI가 발표된 유로존 CPI 상승률도 2.9%를 기록하며 기준금리인 4.5%를 밑돌았다. 지난달 2회 연속 기준금리를 5.0%로 동결한 캐나다도 9월 CPI 상승률이 3.8%로 기준금리보다 낮았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금리 평균은 지난달 말 기준 7.4%로, 전 세계 물가상승률 5.9%를 앞질렀다. 아직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목표치인 2%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물가보다 금리 수준을 높게 잡으면서 점차 경제가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국 통화당국은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신호는 보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견조한 고용·소비와 깜짝 성장을 이어가는 등 뜨거운 경제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후 “유로존 경제가 취약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은 여전히 강력하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금리 방향이나 금리인하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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