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기채 금리 상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긴축 정책의 역할을 채권 시장에 맡길 것이란 시장의 관측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지금처럼 높은 국채 금리는 가계와 기업이 지불하는 차입 비용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높은 차입 비용은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25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한 8%에 가까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FOMC 성명서 역시 “긴축적으로 변한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및 신용 환경이 경제 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신용 환경만 언급하던 표현에 ‘금융’이란 단어를 새로 추가했다. 장기 금리 상승이 경제 전반을 옥죌 것이란 뜻이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전날 68.9%에서 80.2%로 껑충 뛰는 등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달 초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돌파하는 등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분위기다. 도이체방크는 최근의 미 국채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나 올린 것과 맞먹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미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향후 3개월(11월~내년 1월) 국채 발행 규모가 1120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1140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0.11%포인트 하락한 4.76%로 2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무부는 2년물과 5년물 발행 물량을 월 30억 달러씩 늘리는 대신 1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20억 달러, 1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지난 8월에 10년물과 30년물 입찰 물량을 각각 30억 달러, 20억 달러 늘렸던 것에 비해 속도가 줄어든 것이다. 외신은 미 재무부가 국채 금리 급등 부담으로 인해 발행 속도를 완화한 것으로 봤다.
앞으로 국채 금리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시타델증권의 마이클 드 패스 글로벌 금리 거래 책임자는 “국채 발행 규모는 예상보다 약간 적긴 하나, 시장이 흡수해야 할 공급량은 여전히 엄청나다”고 평했다.
블룸버그 조사서비스 ‘마켓 라이브(MLIV) 펄스 서베이’가 FOMC 직후 금융권 종사자 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채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응답은 38.8%를 기록했고, ‘상승하지만 5.5%를 넘지 않는다’, ‘5.5%를 돌파한다’는 응답은 각각 48.8%와 12.5%로 나타났다.
PGIM 채권의 그렉 피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채권 시장에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면서도 “장기 금리가 여전히 단기 금리보다 낮아 장기채를 사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연준이 금리를 200bp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들도 여전히 산재해 있다. 중동 긴장, 러·우 전쟁, 11월 17일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엔화 방어를 위한 일본의 미 국채 매각 등이 그것들이다. 파월 의장이 “추가 동결해도 금리 인상이 어렵지 않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이다.
또한 파월 의장은 장기채 금리 상승, 달러 강세 등이 지속성을 띠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의 지속 여부에 대해선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나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은 항상 출렁이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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