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핵 군축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하는 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6일 중국과 핵 군비 통제를 논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핵 관련 오판 위험 최소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말로리 스튜어트 국무부 군비통제검증이행 차관보가, 중국에선 쑨야오보 외교부 군축사(司·국에 해당) 사장이 참석한다.
미국은 기존 핵 강대국인 러시아와는 오래전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했으나 지난 3월 러시아로부터 중단 통보를 받은 상태다. 상대적으로 핵전력이 약했던 중국과는 아직 핵 군축 협정을 맺지 않았다.
중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는 서명했으나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참여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자국의 핵전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핵전력이 확대됨에 따라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게 서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월 말 기준 5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0개 이상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3700개, 러시아는 44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과학자연맹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핵 군축을 위한 공식적인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의 핵 위협도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핵전력 상황과 정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WSJ는 짚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퉁 자오는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과 같은 만남이 유지되고 정례화되면 보다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리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두고는 온도 차
이번 회담은 양국이 11~17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위해 산적한 난제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정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만남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나 미국은 시 주석의 참석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등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양국이 온도 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에밀리 시몬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아직 계획 단계라는 점에서 앞서 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원칙적으로 (양국 정상 간) 회의에 합의했다”며 “이러한 계획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7일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자율주행이 아니다”라며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며 모호한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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