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연준의 매파적 태도가 다소나마 수그러들어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상 최대치로 확대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되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과 이 총재(오른쪽). 다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하기 전에 이 총재가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진행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두고 사실상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5.25~5.50%로 유지하기로 했다. 7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이후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는데 다시 한번 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었으나 과거보다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동결 기조에 들어섰다는 시장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게 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융 여건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만큼 제한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는 우려보다 덜 매파적이었다”며 “완화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준은 아니나 적어도 현재 상황이라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거의 배제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확신을 줄 정도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장기금리 급등이 금융여건을 긴축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언급했다”며 “고용과 물가 추이, 미국 재정적자에 따른 미국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여건 긴축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연준 통화정책이 추가긴축에서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12월13일에 예정된 올해 마지막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현지시각)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측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80%의 확률로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동결기에 진입했으며 향후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지켜보는 구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을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조 변화에 국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부담을 다소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금리가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준에서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연준의 움직임에 맞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인 11월30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며 금리동결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해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지속하다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점차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확장을 꾀하고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도 기준금리를 마냥 오랜 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3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인하 폭 자체도 점진적으로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환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연준보다도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섰던 한국은행이지만 이 총재가 연준보다 먼저 인하 카드를 꺼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토로했듯 국내 시장금리가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기보다 미국 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연준의 움직임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환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내년 하반기 무렵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도 최근 발언에서 독립적이지 않다는 부분을 강조했다”며 “내년 분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지만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부각하며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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