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무려 6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텍사스가 마침내 창단 첫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텍사스는 월드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텍사스는 마커스 세미엔(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조쉬 영(3루수)-나다니엘 로우(1루수)-요나 하임(포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트래비스 얀코스키(우익수)로 1~9번 타순을 채웠고 우완투수 네이선 이볼디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텍사스는 애리조나 선발투수 잭 갤런의 호투에 막혀 6회까지 ‘노히트 굴욕’을 당했으나 이볼디의 6이닝 무실점 호투 덕분에 0-0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7회초 선두타자 시거가 좌전 안타를 날리면서 노히트 굴욕에서 탈출한 텍사스는 카터가 우전 2루타를 터뜨려 무사 2,3루 찬스를 잡았고 가버가 중전 적시타를 작렬하면서 1-0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8회까지 1-0 리드를 유지한 텍사스는 9회초 대거 4득점을 올리면서 우승과 가까워졌다. 선두타자 영이 중전 안타를 때리자 로우도 좌전 안타로 화답했다. 하임이 중전 안타를 때리자 중견수 알렉 토마스의 실책이 겹쳤고 주자 2명이 득점하면서 텍사스가 3-0 리드를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2사 후에는 세미엔이 좌중월 2점홈런을 폭발, 5-0으로 달아나면서 쐐기를 박았다.
텍사스는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존 스보츠가 마지막 타자 케텔 마르테를 삼진 아웃으로 잡으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스보츠는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텍사스는 사실 올해도 우승 후보로 분류된 팀이 아니었다. 정규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 막차를 탈 정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까지 과정이 험난했다. 과연 텍사스는 어떻게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서는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5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텍사스는 정규시즌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동률을 이룬 팀’이라는 것. 사실 양팀은 정규시즌에서 나란히 90승 72패를 기록했는데 휴스턴이 시즌 상대 전적에서 9승 4패로 앞서면서 지구 우승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었다. 지구 우승팀과 똑같은 승률을 나타냈으니 월드시리즈를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그것도 휴스턴에서 4승을 거뒀다’는 것. ‘MLB.com’은 “휴스턴은 7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이 시대에 성공한 엘리트한 구단”이라면서 “텍사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전례 없는 원정 11연승을 거뒀고 그 중 휴스턴 적지에서 4승을 거두고 휴스턴을 힘겹게 끌어내렸다”라고 텍사스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을 4승 3패로 제압한 것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향하는데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득실점 차이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정규시즌에서 881득점과 716실점으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한 반면 애리조나는 746득점과 761실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미 이 부분에서 양팀의 격차가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네 번째는 ‘텍사스가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갖췄다’는 것. 텍사스는 팀 타율 .263, 팀 출루율 .337, 팀 장타율 .452, 팀 OPS .790, 팀 홈런 233개, 1470안타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트레이드 마감일에 큰 조각들을 추가하고 진화했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마감을 앞두고 투수진 보강에 나섰고 맥스 슈어저라는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슈어저는 텍사스 이적 후 4승 2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활약했지만 어깨 부상을 입으면서 일찌감치 정규시즌을 마감했고 포스트시즌에 맞춰 복귀했지만 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패 평균자책점 9.45에 그쳤고 애리조나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1경기에 나와 3이닝을 투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오히려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남은 선수는 좌완투수 조던 몽고메리였다. 몽고메리는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후 11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79로 맹활약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6경기에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에이스급 피칭을 선보였다.
‘MLB.com’은 “슈어저는 텍사스가 궁극적으로 기대했던 만큼 많은 임팩트를 남기지 않은 반면 몽고메리는 11차례 선발 등판에 나서 평균자책점 2.79와 조정 평균자책점(ERA+) 160을 기록하면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라고 비교했다.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향하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트레이드를 꼽자면 역시 몽고메리를 영입한 사례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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