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으로 더 낮은 금리의 전세·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의 연말 가동을 앞두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4대 시중은행 간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 대출 고객인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의 비대면 전용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이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 간 금리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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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KB스타뱅킹 앱에서 신청 가능한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무상 임대차 계약과 말소 조건 대출 등도 영업점 이관 없이 100% 비대면으로 처리된다. 대출 기간은 최장 50년, 대출 금액은 최대 10억 원까지다. 금리는 변동 4.88%, 고정(혼합) 4.78%다. 대표 주담대 상품인 ‘KB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가 4.49~5.89%, 고정(혼합)금리가 4.39~5.79%임을 고려하면 금리 상단 기준 1%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다.
신한은행은 한발 앞서 9월 자사 앱 쏠(SOL)에서 대환대출 전용 비대면 주담대 상품 ‘은행 갈아타기 특별금리’를 내놓았다. 시세가 조회되는 아파트, 연립·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주담대를 신한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 취약차주를 겨냥한 만큼 금리도 저렴하다. 대출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4~4.24%로 인터넷은행의 9월 기준 주담대 평균금리(4.27~4.39%)보다 낮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비대면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대출 신청을 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서류 제출, 약정, 등기까지 전 과정을 모바일로 100% 진행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대환대출 상품으로 리뉴얼해 곧 출시할 계획이다.
금융사 간 비대면 상품 경쟁이 뜨거워진 것은 연말 가동할 온라인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에 따른 ‘갈아타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관련 시장 규모가 최대 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주담대 잔액 규모를 빠르게 불린 인터넷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여신 잔액은 각각 12조 6700억 원, 33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6.1%, 16% 늘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가 정치권의 뭇매를 맞으면서 상생 금융 기조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연 4~5%대였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변동형)도 슬금슬금 오르더니 최근에는 연 7%대 상품까지 나오는 추세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금융 당국은 고금리로 인한 민생 부담 완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속 대규모 이자 수익을 거둔 은행권을 향한 상생 금융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조만간 추가 상생 금융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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