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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생활이 팍팍해지거나 대출이자 부담에 목돈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지 못하게 되자 계약 유지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보험 상품 가입자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돼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 환급금이 31조 91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조 1179억 원)보다 10조 8000억여 원 늘어난 액수이자 8월 말까지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많다.
보험 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고물가에다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생계가 힘들어진 서민들이 보험 해약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험을 해지할 경우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만 돌려받게 돼 손해인데도 이를 감수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생계형 대출을 받는 것도 이자 부담이 커 꺼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까지 부은 보험료가 아까워도 보험 해지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보험료의 일부를 가입자에게 반환하고 계약을 해지한다. 이때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돈을 효력상실환급금이라고 한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올해 8월 말 기준 1조 944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던 2020년 이후 3년 만에 1조 원을 넘어섰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보험 해지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진 가입자가 돈이 필요하거나 금리가 높아지면서 보다 수익률이 좋은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보험에 돈을 넣어두더라도 실질 이득이 없어지는 경우 발생한다”며 “최근 우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생계형 보험 해지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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