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계가 첨단 제품 개발을 위해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첨단 반도체 기술 없이도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만들 수 있었지만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유리기판이 아닌 웨이퍼 위에 미세 OLED 소자를 증착해 초소형,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해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업계는 ‘확장현실(XR)’ 기기에 사용할 차세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반도체 공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라 판단하고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증착시킨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개발 및 제조를 위한 반도체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이달 1일 391억원을 지불하고 삼성전자로부터 관련 기술 통상실시권을 매입했다.
일반적으로 통상실시권은 특허 발명이나 등록 실용 신안, 등록 의장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올레도스 개발에 필요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 미국 올레도스 기업 이매진 지분(100%)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올레도스 패널 양산체제 구축을 위한 제품개발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같은 식구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반가울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올레도스 패널 양산에 성공할 경우 서로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두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XR 기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패널 공급망도 갖출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XR 기기에 쓰일 올레도스를 개발·양산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2023에서 XR 기기에 들어가는 올레도스 시제품을 공개한 이후 현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 LX세미콘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협력 초기 단계로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LX세미콘 모두 관련 공정에 대한 계약 세부사항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LG전자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어 올레도스 패널 양산에 성공할 경우 납품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아진다.
올해 6월 공개된 애플의 XR 기기 ‘비전프로’ 시제품에 올레도스 패널을 공급한 일본 소니의 경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손을 잡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XR 시장이 2026년까지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XR 생태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서로 다른 첨단산업 간 기술 융합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산업간 융합 및 협력을 통한 정책·기술·공동연구·인프라 조성을 위해 올해 관련 기업들과 XR 산업 융합 얼라이언스, 반도체 팹리스 얼라이언스 등을 잇따라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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