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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칼럼] 연일 미사일 쏘아대던 北의 이례적 침묵…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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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대표
[김영윤 대표]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전개되고 있다. 제주 동남쪽 공해상에서는 미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의 연합훈련(10.9~10)이 펼쳐졌는가 하면, 쓰시마 남서쪽, 동중국해 상공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차원”의 한·미 공군연합훈련(10.30~11.3)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10월 22일에는 사상 처음의 한·미·일 공군 연합공중훈련이, 23일부터는 ‘2023년 호국훈련’이라는 이름의 한국 육·해·공군⸱해병대 합동훈련이 진행되었다. ‘비질런트 디펜스’라는 명칭의 이번 한·미 연합공중훈련에는 핵 무장이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H와 F-35A와 F-35B 스텔스 전투기, 미 B-1B 전략폭격기 등 130여 대가 동원되었다. ‘비질런트’ 훈련은 유사시 각 전투기에 부여되는 공중임무명령에 따라 타격을 가하는 훈련이다. 핵미사일 표적과 지하벙커 등을 포함, 김정은 위원장의 주석궁, 영변 핵 시설, 잠수함 주둔 지역 등 핵심시설을 최단 시간 내 타격할 수 있게 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궁금하다. 통상적으로 보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각종 훈련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제와 그 주구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만 할 뿐, 이렇다 할 군사행동은 삼가는 모습이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직후, 10월 중으로 3차 발사할 것을 공언했던 것도 그 기한을 넘기는 모양새다. 발사에 따르는 연료 주입과 같은 사전 정황이나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두어 달 가까이 이례적인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전개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 탄도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이러자 한·미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하루 더 연장하는 한편, 전략폭격기 B-1B 2대를 급파해 훈련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미는 물론, 한·미·일의 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제78주년을 전후로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정찰위성도 일단 무위(無爲)로 끝난 형국이다.
 
북한의 침묵에 학자나 언론들이 제시하고 있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라 중동에서 커지고 있는 반미·반이스라엘 여론에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가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최근 한국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어기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대목이 군사 도발에 대한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밖에도 북한이 지난 9월 러시아와 가진 정상회담이 군사 도발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거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대외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북⸳러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올해 총화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까지는 군사 도발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판단도 가세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모두 자의적 또는 자기 편의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취해진다. 한·미연합훈련이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입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미사일 발사는 그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누구도 북한의 의도와 판단을 정확하게 짚어내기 힘들다. 그저 유추만 할 뿐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유추가 대부분 북한을 적대적 관계에 놓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을 객관적 차원에서 연구해야 하는 학자들도 대북한 우월적 인식에서 진단하는 것이 다반사다. 북한이 하는 모든 행동을 ‘도발’로 규정하고 있으며, 언론도 이에 편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애국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연구자가 지향해야 할 중립적인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남북관계의 기본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는 큰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한국군도 올 11월 중 독자적인 정찰위성 1호 발사를 예정하고 있다. 우리의 위성 발사는 정당한 것이고 북한의 위성 발사는 ‘도발’로 규정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남북관계, 더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비전은 닫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편향된 평가는 일반 국민에게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느끼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북한 적대감으로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의 당위성을 약화할 뿐이다. 우리의 군사훈련, 특히 한·미간에 이루어지는 연합군사연습은 북한에 엄청난 위협이다. 그런 위협이 우리 사회의 일각은 당위적인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이 남북한 사이의 불필요한 대결을 야기, 군사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은 그와 같은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강하게 원해 왔다. 지금까지 수없이 개최된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먼저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북⸳미관계의 정상화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에 미국은 늘 ‘선 완전한 비핵화’ 등 북한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조건을 달아왔다. 이 때문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지금까지 한 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과 남북한의 대결적 관계는 미국이 내심 원하는 바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으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인 빅터 차의 지난 10월 초 발언을 보라.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나타날 경우, 대북한 선제 타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 의회 청문회에서 했다. 한반도의 위기감 조성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를 통해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입 종용도 이와 연계되어 있다. 엄청난 미국산 무기구입으로 한국은 세계 제5위의 국방력을 갖추었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미국에만 의존해 있는 형편이다. 이러니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적 해결은 요원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맞대응이 없다고 해서 북한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거나, 북한의 의도를 차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침묵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CP-2023-007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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