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계류
총선 앞두고 법제화 무기한 연기 가능성도
법제화 지연에 시스템 무용지물 우려 확산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을 증권이라고 금융위원회에서 규정을 했으니 금융관련법 전체를 손봐야 한다. 그런 작업이나 연구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말 ‘토큰증권 발행·유통 제도화’를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한 개인투자자가 토론 패널들을 향해 던진 질문이다. 토큰증권 법제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갈 길이 먼데 첫 발이나 뗐는지 궁금하다는 취지다.
지난 2월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 방안’에 따르면 토큰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한 것을 의미한다.
다만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여부는 구체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사안별로 결정되는데 이와 관련된 판단 근거는 현재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전부다.
앞선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선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증권성 문제에 대한 정리 뿐만 아니라 ▲전자증권법 개정 ▲자본시장법 개정 ▲과세 개정 등 다방면에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학계, 투자자들은 올초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토큰증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관련 업계는 신시장 개척에 따른 수익 모델 다각화를 노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큰증권 시장이 개화하면 자금유입이 몰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토큰증권 시장 법제화가 내년에 완비된다고 가정할 경우 오는 2030년에는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토큰증권 법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으나 당국과 국회의 움직임은 더딘 모습이다. 금융위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한지 9개월이 지났으나 관련 개정안은 통과되고 있지 않다.
지난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는 했으나 이후 진척이 없다.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가 파행하는 사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윤 의원이 발의한 전자증권법 개정안에는 토큰증권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정의와 규율 근거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발행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제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 유통 규율 근거와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를 만드는 조항이 담겼다.
두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과세 문제도 심도 깊게 다룰 수 있어 법제화에 진척이 기대되나 국회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할 때 여건은 앞으로도 녹록치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내년 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쟁점화될 사안들이 많아 토큰증권 관련 법안 통과가 무기한 늦춰질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토큰증권 법제화에 진척이 이뤄지지 않으며 금융투자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사업에 첫발도 못 내딛고 국회에 발목이 잡힐 판국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펀블의 조찬식 대표는 “시스템 개발 이후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기획하고 구축했던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시장은 가지고 있다”며 “관련 법안이 선제적으로 나오게 된다면 업계가 조금 더 발 빠른 움직임으로 관련 시장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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