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깨기 방안으로 제시한 당국
카드업계 숙원…신사업 확장 기대감
한은, 감독권 부재·비용 등으로 반대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한 일환으로 꺼낸 든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권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이 수개월째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종지업은 카드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로, 이를 도입하면 수익 개선은 물론 사업 영업 확대 등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아왔다. 하지만 금융권은 한국은행의 반대와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논의가 다시 중단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 2차 회의를 열고 각 업권과 종지업 도입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키로 했지만 아직 이목을 끌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종지업은 은행이 아닌 전자금융사업자가 금융결제망에 들어가 예금·대출(예대) 업무를 제외한 계좌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카드사나 보험사에 지급 계좌 취급 권한을 제공해 삼성카드 통장, 신한카드 통장 등 비은행 금융사의 계좌 발급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종지업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체제가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방안이다. 2020년 7월 금융위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계획에 포함됐다.
업계는 종지업 도입이 재검토되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은행 수준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좌를 기반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업황악화에 놓인 카드사입장에선 수익개선은 물론 사업 영업 확장이라는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특히 사회초년생, 전업주부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와 금융소비자 선택권 확대로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더해진다.
현재 카드사들은 가맹점 대금 입금과 고객들이 이용한 카드 대금 수령을 고객의 은행 계좌를 통해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좌 이체 수수료를 모두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다. 카드사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절감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문제는 종지업이 도입되더라도 해결해야 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종지업은 한은과 은행권이 또 다시 반기를 들 경우 도입 자체가 어렵게 된다.
한은은 비금융권의 종지업 도입은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법이 명시한 건전성 규제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의 법을 적용받지 않아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한은이 비은행권 금융사에 대해 감독이나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점도 반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한은 측은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내세운 은행 과점체제 해소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바젤위원회의 지급시장인프라위원회 조사 결과 75개 국가 중 영국·유럽연합, 싱가포르, 미국 등 60개 국가에서 종지업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종지업이 지급결제 분야의 핀테크 혁신을 장려하고 금융포용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 반면, 은행 과점을 해소하거나 금융서비스 경쟁을 촉진했다는 보고는 없다.
카드업계는 낙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성장을 위해선 관련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도 “카드업계의 업황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종지업 진출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된 만큼 업계와 당국이 꾸준히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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